'친환경 동물복지형 축산' 업그레이드…살처분 아픔 다시 없게

입력 2011-11-29 10:43:20

최악 구제역 사태 1년…남긴 것, 그리고 과제

경상북도가 구제역 가축 매몰 방식을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했다. 사진은 가축과 미생물을 혼합해 매몰처리하는 영천의 친환경 혼합 매몰처리 방식과 가축분뇨를 저장해 퇴비화할 수 있는 영주의 액비저장조 이용 방식. (사진 위) 경북도는 28일 안동에서 민
경상북도가 구제역 가축 매몰 방식을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했다. 사진은 가축과 미생물을 혼합해 매몰처리하는 영천의 친환경 혼합 매몰처리 방식과 가축분뇨를 저장해 퇴비화할 수 있는 영주의 액비저장조 이용 방식. (사진 위) 경북도는 28일 안동에서 민'관'군'경이 함께하는 '구제역 가상 방역훈련'을 실시했다.(사진 아래)

지난겨울 축산농가와 지역을 초토화시켰던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한 지 11월 29일로 1년을 맞았다.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양돈단지 한 돼지 농가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구제역은 안동지역에서만 돼지의 92%인 10만9천151마리, 한우 등 소의 65.2%인 3만4천970마리를 살처분하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안동에서 촉발된 구제역은 전국적으로 11개 시'도, 75개 시'군, 6천241개 농가에서 키우던 소 15만1천 마리, 돼지 331만8천 마리, 염소 8천 마리, 사슴 3천 마리 등 가축 348만여 마리를 매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축산업을 친환경 축산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 동물복지형 축산 재건 안간힘

구제역으로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인 '안동한우' '참마 먹인 돼지' 등 고급 축산물 생산지로 주목받아 오던 경북 북부지역 축산업의 기둥이 뿌리째 흔들렸다. 구제역 발생 전 2천250가구가 넘던 안동의 한우 사육농가는 구제역 난리 끝에 30%나 줄어 지금은 1천620가구에 불과하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구제역이 끝날 무렵 지역경제 살리기와 축산 재건에 전 행정력을 모았다. 특히 축산 재건을 위해 중앙정부에 건의, 전국에서 처음으로 '축산진흥과'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2월 18일 '안동축산재건자문위원회'를 구성한 후 축산 재건 방향을 동물복지형 친환경 축산으로 정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안동시는 410개 농가에서 2만3천여 마리를 재입식하는 등 소의 경우 구제역 발생 전의 70%인 3만5천여 마리까지 사육 두수를 회복했다.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조사료 생산 기술, 한우 고급육 생산을 위한 사양관리, 가축질병 예방 대책, 축산업 허가제, FTA 등 급변하는 축산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 가축 질병 예방과 친환경 동물복지형 축산 재건에 축산인 스스로가 앞장서도록 했다.

◆끝나지 않은 아픔

안동에서는 구제역 발생 이틀 만인 작년 12월 1일 녹전면의 한 방제초소에서 시청 공무원 금모(50) 씨가 밤샘 근무를 하던 중 쓰러져 6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하다 결국 숨을 거뒀다. 이어 두 달 뒤인 2월에는 시청 공무원 김모(53'6급'투자유치담당) 씨가 장기간의 방역작업에 따른 과로로 숨졌으며, 지난 5월에도 시청 공무원 권모(43'녹지7급) 씨가 역시 밤낮없는 방역작업 등의 후유증으로 급성폐렴 증세를 보이면서 쓰러진 뒤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작년 구제역 사태로 공무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2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수만 마리의 살아있는 가축을 매몰처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정신적인 아픔은 1년이라는 세월로는 치유하기가 힘들 정도로 그 상처가 남아 있다.

게다가 구제역 악몽에 따른 지역민들끼리의 마찰도 계속되고 있다. 안동지역 최초 발생지인 와룡면 서현양돈단지 재입식을 둘러싸고 민원이 계속되고 있으며, 신석리 한 마을에서는 축사 신축과 관련해 주민들끼리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친환경 매몰 방식과 구제역 재발 방지책 마련

경북 각 시군은 매몰 가축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안동과 영주지역은 액비저장조를 개발해 가축분뇨를 저장해 퇴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영천의 경우 왕겨, 쌀겨, 호열성미생물을 혼합해 가축을 매몰처리함으로써 악취와 침출수를 없애는 방식을 도입했다.

경상북도는 구제역 재발 방지와 발생 시 초동 대응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경북도는 28일 안동시 탈춤공연에서 민'관'군'경이 함께하는 '구제역 가상 방역훈련'(CPX)을 실시했다. 최근에도 구제역 야외 바이러스 감염축(NSP항체 양성축)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고, 현장의 구제역 신고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절기를 앞두고 구제역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구제역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유사시 강력한 초동 대응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훈련에 나섰다.

경북도는 구제역 사전 모니터링 강화, 철저한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 구제역 초동 대응 태세 확립, 구제역 최종 진단 기능 확보 등 구제역 방역 특별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구제역의 조기 발견과 초기 진압이 중요한 만큼 축산농가는 매일, 방역본부는 매주 1회, 지자체에서는 매월 1회 이상 사육가축의 이상 유무를 관찰하는 3중 예방관찰 시스템을 운영하고 매월 1회 이상 부분 매몰 농장 등 구제역 고위험군에 대한 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김관용 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구제역을 통해 우리는 큰 희생을 치렀지만 미래 청정지역 축산을 위한 새로운 기회도 함께 맞고 있어 도와 23개 시'군은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구제역 재발 방지는 물론 유사시 조기 진압을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1, 2. 경상북도가 구제역 가축 매몰 방식을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했다. 사진은 가축과 미생물을 혼합해 매몰처리하는 영천의 친환경 혼합 매몰처리 방식과 가축분뇨를 저장해 퇴비화할 수 있는 영주의 액비저장조 이용 방식.

3. 경북도는 28일 안동에서 민'관'군'경이 함께하는 '구제역 가상 방역훈련'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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