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이후 한나라당에서 '당 쇄신'이라는 포스트 FTA 이슈가 쏟아지고 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 쇄신에 속도가 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책'만 부각되고 '박근혜 정치'는 실종됐다는 푸념이 일면서 "정치적 분발도 촉구된다"는 주장이다. 정치와의 거리 두기가 너무 길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수 진영에서 중도세력까지 아우르는 제3의 신당 창설이 예고돼 있고, 당 내부에서도 인물 교체 등 쇄신안 마련에 분주하지만 박 전 대표는 복지에 이어 과학, 교육 분야 정책 마련에만 바빠 보인다. 오히려 박 전 대표는 "지금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지 정치 쇄신은 그다음"이라며 본인이 직접 복지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민생 분야와 복지 예산 등에 세출 예산 1조원 이상 순증 필요성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와 일자리 창출 등 청'장년층 대책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 등 워킹 푸어 대책에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솔직히 박 전 대표가 신경 쓰는 예산은 친박 진영에서 알아서 챙겨줄 수 있다"며 "지금은 자중지란인 집안 정리에 나서 총선과 대선을 위한 동력 결집에 힘써야 할 때라는 분위기"라고 한나라당 내에서 일고 있는 비판론을 전했다.
당 외부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참여하는 신당 창설에 군불을 지피는 분위기인데 박 전 대표만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박 전 대표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책 세미나를 열고 과학기술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초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 세미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정책 세미나다.
홍준표 대표가 한미 FTA 기습처리를 성공시켜 단기적으로는 입지를 단단히 했지만 여전히 박 전 대표의 '등판론'은 숙지지 않는 분위기다.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대책위원장 자리 정도는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인지 안 교수와의 가상 대권 구도에서도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앙일보와 YTN-동아시아연구원(EAI)이 2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안 교수는 50.1%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38.4%)를 양자대결 구도에서 11.7% 포인트 앞섰다. 오차 범위를 넘어선 수치다. 차기 대선 주자들을 한꺼번에 놓는 다자간 구도에서는 박 전 대표(29.8%)가 안 원장(27.3%)을 약간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최루탄이 터졌을 때 비통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자리도 뜨지 않았다면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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