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저력의 요람' 경산 볼파크

입력 2011-11-19 08:00:00

"1군 기다려" 굵은 땀방울 마를 새 없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요람인 경산볼파크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경산볼파크는 선수들이 먹고 자며 훈련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요람인 경산볼파크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경산볼파크는 선수들이 먹고 자며 훈련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011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 라이온즈의 주역들은 지금 따뜻한 일본 오키나와에 있다. 25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한국'일본'대만'호주의 우승팀들이 맞붙어 아시아 제왕을 가리는 아시아시리즈에 대비한 훈련을 위해서다. 하지만 삼성의 2군 선수들은 '경산볼파크'에서 내일의 주역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996년 본격 문을 연 볼파크는 5차례 우승을 일군 삼성의 전초기지다. 이승엽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도 볼파크에서 미래를 준비했다. 삼성이 국내 프로 사상 최장인 12년 연속(1997~2008) 포스트시즌 진출과 2000년대 들어 4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볼파크의 힘이었다.

◆내일의 스타 꿈꾸는 선수들

16일 볼파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신인 선수, 군 복무 후 복귀선수, 가끔 1군 무대에 올랐지만 아직은 팬들에게 낯선 얼굴의 2군 선수들, 여기에 부상으로 재활 중인 선수까지, 30여 명의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빼곡한 훈련 일정을 소화하느라 거친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하루를 온통 이곳에서 보내는 선수들은 오직 1군 무대를 바라보며 뜀박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으니 이만한 곳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2군 선수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누구도 이곳에서 오래 머물길 바라지 않는다. 여기서 갈고 닦은 자신의 기량을 하루라도 빨리 팬들이 가득 찬 1군 무대서 펼쳐보이고 싶은 간절한 욕망 때문이다.

주전 선수들에게 볼파크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왼손 중지 인대 부상으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돌아온 박석민은 "2년간 볼파크에서 2군 생활을 했습니다. 볼파크 생활요? 2군 선수들에게 물어보십시오"라며 줄행랑을 쳤다. 부상 때문에 머물고 있지만 1군 선수에게 볼파크 생활은 전력 외의 선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결코 달갑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볼파크 생활은 알아주는 이가 없다. 경기가 있어도 만원 관중의 1군 무대와는 달리 찾는 관중이 없다. 1군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 자신을 갈고 닦는 수련의 시간만 있다. 그러나 이런 훈련과 선수들의 의지가 명문구단 삼성을 도약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올해 입단한 김헌곤(23)은 데뷔 첫해를 대부분 2군에서 보냈다. 기회를 잡아 1군에서 11경기를 뛰었지만 12타수 1안타(타율 0.083). 삼진을 6개나 당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다시 2군에 온 그는 "더 이상 실패는 없다"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김헌곤은 "비록 초라했지만 1군 경험은 보약이 됐다. 처음 타석에 들어섰을 땐 너무 긴장해서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다. 부족한 부분을 더욱 열심히 갈고 닦아 반드시 1군 무대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그의 일상은 오전 7시 30분 기상 후 조깅, 오전 8시 식사, 경기가 있을 땐 오전 9시 30분, 없을 땐 오전 10시부터 훈련을 시작해 점심을 먹고 또다시 오후 5시까지 훈련을 한다. 야간훈련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8시. 하지만 여기서 하루일과가 끝나는 게 아니다. 개인훈련이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지금 2군 선수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해까지 2군 동료였던 배영섭이 올해 1군에 올라가 큰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기에 더욱 힘을 낸다.

◆화수분 야구의 산실

삼성이 2000년대 최강팀으로 군림하게 된 것은 재능을 갖춘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 덕분이다. 볼파크에서 씨를 뿌리고 가꿔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꾸준하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왔다. 그런 의지가 누구나 부러워하는 볼파크를 탄생시켰다.

볼파크는 삼성이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던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당시 구단주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종합 훈련장을 만들어라"며 초석을 놨다. 1986년 2월 제일모직 예비군 훈련장 터에 첫 삽을 뜨게 된 훈련장 건설은 87년 6월 국제규격을 갖춘 야구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은 92년에는 10억원을 들여 선수들의 전용숙소인 '필승관'을 지었다. 96년에는 108억원을 투자해 실내연습장과 보조구장을 새로 짓는 등 시설을 현대화했다. 주경기장은 1천2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관람석과 전광판, 야간 조명시설을 갖췄다. 내야 연습보조구장, 실내 연습장, 야구 역사관도 들어섰다. 체력단련실과 수영장 등 모든 걸 갖춘 초현대식 시설의 면모를 드러내면서 '경산볼파크'라는 지금의 이름을 달았다. 2군 선수들은 볼파크 내에서만 자고, 먹고, 훈련하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군에서 끊임없이 젊은 선수들이 1군에 공급됐고, 그들이 곧바로 1군 핵심 전력으로 발돋움했다. 삼성은 볼파크가 개장한 이듬해부터 2009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볼파크는 스타 배출의 산실이 됐다. 내년 시즌 복귀를 앞둔 이승엽은 2년차가 된 1996년부터 볼파크에서 생활하며 훈련했다. 이곳에서 손바닥이 벗겨질 정도로 피와 땀이 되는 훈련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배영섭과 오정복, 정형식 등이 고 장효조 2군 감독과 코치진의 지도로 1군 선수로 성장했다. 대구고 출신 투수 정인욱도 2군 조련을 거쳐 미래를 밝히고 있다.

강기웅 2군 타격코치는 "밥 한 끼도 유명 호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좋고, 야구와 관련한 부분은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잘 갖춰진 인프라와 끊임없는 투자는 우승이란 성과뿐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 모두가 몸담고 싶어하는 명문구단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