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익스플로러 "나 지금 떨고 있니?"

입력 2011-11-12 07:33:00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강력한 독점 체제를 구축해왔던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확고부동했던 위치가 위협받는 신세가 된 것.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는 5명 중 1명이 사용할 정도로 확산됐고, 구글의 크롬 역시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사실 공짜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일 뿐인 웹 브라우저. 하지만 왜 컴퓨터 업계는 이를 두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익스플로러의 몰락

현대인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웹 서핑은 이제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접근 경로는 바로 '웹 브라우저'다. 우리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온라인 세상에 접속해 검색이나 채팅'쇼핑'신문읽기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지금껏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를 점해 오던 것은 익스플로러였다. 1995년 등장한 익스플로러는 한때 전 세계 점유율 90%까지 차지했던 최초의 상용화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Netscape)를 밀어내며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이후 넷스케이프는 익스플로러와의 전쟁에서 패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 갔으며 결국 2008년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승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나 보다. 이달 7일 인터넷 조사업체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익스플로러의 비중은 지난달 40.18%까지 떨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90%라는 시장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던 익스플로러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해 지난해 8월에는 50%대로 떨어졌고, 또다시 1년여 만에 10%포인트 이상을 까먹은 것이다. 반면 모질라그룹의 '파이어폭스'(firefox)는 26.39%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익스플로러를 추격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구글의 웹브라우저인 '크롬'(crom)은 10.76%에서 무려 25.0%로 급성장했고, 애플의 사파리(safari)는 4.23%에서 5.93%까지 증가했다.

또 다른 조사 역시 익스플로러의 몰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 조사업체 넷마켓 셰어닷컴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미국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트래픽(특정 전송로 상에서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을 기준으로 할 때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49.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뒤를 이어 모질라의 파이어폭스가 21.2%를 차지하고 있고, 구글 크롬이 16.6%, 애플의 사파리가 8.7%로 뒤를 이었다. 다만 데스크톱을 통한 트래픽만 감안할 경우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52.6%로 절반을 약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한국에선 여전한 인기

이처럼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하락한 이유는 전체 웹 트래픽에서 모바일과 태블릿 PC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 분야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넷마켓 셰어닷컴에 따르면 현재 전체 웹 트래픽에서 모바일 시장의 점유율은 6% 수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는 사파리는 모바일 트래픽의 62.1%를 차지하면서 모바일 분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 익스플러러의 점유율을 50% 이하로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비단 모바일 시장뿐 아니라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통한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익스플로러의 위기는 심각하게 감지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모바일 강세가 PC로까지 이어지면서 익스플로러 시장 잠식이 계속되고 있는 것. 크롬이 모바일 웹 브라우저는 아니지만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PC를 통해서도 제공한 덕분에 구글 안드로이드 확산과 함께 크롬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익스플로러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국내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86.50%. 90%대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크롬(7.74%)이나 파이어폭스(3.84%), 사파리(1.47%)와는 차이가 워낙 현격하다.

이것은 우리나라 IT서비스가 '액티브X'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액티브X는 일반 응용 프로그램과 인터넷 웹을 연결시켜 주는 프로그램으로 역동적인 웹 페이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오직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포털, 관공서, 은행 등 대부분 사이트들이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의 IT 환경은 MS에 발목을 잡힌 셈인 것이다.

◆뛰어난 부가기능의 크롬 & 파이어폭스

아직까지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익스플로러의 추락은 현재 진행형이다.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웹 브라우저'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답을 한 20여 명 중 대다수가 크롬을 추천했다. 그중 한 명은 파이어폭스와 크롬을 복수 추천했고, 한 명은 사파리를 추천했다.

트위터리안들이 이들 웹 브라우저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빠른 속도. 특히 크롬은 속도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성준(33) 씨는 "익스플로러가 자꾸 에러가 나서 크롬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빠른 화면전환에 반해 버렸다"며 "익스플로러는 하얀 화면이 한 번 떴다가 화면이 나타나는 몇 초간의 텀이 있지만 크롬은 그런 시간차를 느낄 새가 없어서 좋으며, 자주 방문한 사이트는 목록으로 만들어 초기 화면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용이 훨씬 편리하다"고 했다.

게다가 크롬은 각종 기능을 '확장 프로그램' 개념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웹메일 알림이, 화면 캡쳐 기능, 웹서핑 중 스크랩을 하고자 하는 페이지를 바로 선택해 메모하는 에버노트 클리핑, 외국 사이트를 자국어로 변환해주는 자동 번역 기능 등 수많은 앱 설치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웹 브라우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다 'IE탭' 기능을 설치하게 되면 액티브X 컨트롤을 사용할 수 없는 크롬의 최대 약점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 액티브X를 사용한 쇼핑 결제나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할 필요도 없다.

모질라 파이어폭스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가진 점에서 사용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웹 브라우저다. 사실 크롬의 각종 확장 프로그램도 파이어폭스에서 배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이어폭스는 수많은 부가기능을 자랑하며 IE탭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테마를 적용해 웹 브라우저를 꾸밀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결국 시스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계 경쟁

사실 익스플로러가 지금까지 광범위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은 윈도 운영체제의 부가 프로그램으로 따로 내려받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웹 브라우저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점과 액티브X로 인한 보안의 취약성 때문에 조금씩 외면받기 시작했다.

대구대 컴퓨터'IT공학부 김순철 교수는 "최근 액티브X를 통한 바이러스나 악성코드 유포가 잦아지면서 보안상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웹페이지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당수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턱대고 액티브X 설치 여부에 대해 '예스'를 클릭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3월 액티브X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보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경험을 통해 굳이 파란색 'e'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문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됐다.

김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웹 브라우저의 지각변동에 대해 "운영체제에 대한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하기 위한 업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웹 브라우저 자체는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운영체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가 제한되는데다 특정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의 편향성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크롬의 경우에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사람들을 익숙하게 만드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굳이 크롬 브라우저 자체를 유료화하지 않더라도 OS 확장을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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