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북상기

입력 2011-11-12 07:47:42

북상기/ 동고어초 지음/ 안대회'이창숙 역주/김영사 펴냄

북상기(北廂記)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性) 희곡으로 유학의 나라 조선문학의 지형도를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도발적인 내용으로 세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북상기'에서 '북상'은 우리말로 '뒤채'를 뜻하며, 여주인공 순옥이 머무는 장소다. 그러니 북상기라는 제목은 '뒤채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적절하다. 지은이 동고어초는 어디에 살았던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그와 함께 수학한 친구가 남긴 서문과 글을 통해 추정할 때, 역사서와 사상서를 공부한 전통 선비이자 시인묵객으로 강원도 홍천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북상기는 강원도 홍천을 배경으로 선비 낙안과 기생 순옥이 뒤채에서 벌이는 이야기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가 2007년 고서판매상에 들렀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으로, 안 교수와 서울대 중문학과 이창숙 교수가 함께 희곡 고유의 문장과 어휘를 동원해 정밀하고 깊이 있게 해석했다.

북상기는 형식적인 면에서 백화문(白話文-고문을 배격하고 민중을 위한 회화체 언어)으로 쓰인 이야기로 한국문학사에 언급된 적이 없는 새로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8세 기생과 61세 선비의 그로테스크한 사랑을 극화했으며, 그들의 성행위에 대한 묘사는 충격적일 만큼 놀랍다. 우리 고전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성애를 묘사한 작품은 드물고, 희곡이 발달한 중국에서도 성애장면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은 찾기 어렵다. 허를 찌르는 풍자와 재기, 기녀의 생활상을 비롯해 당시 사회상과 인물과 정물의 생생한 묘사 등은 문학적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328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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