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서 100점을 만점(滿點)으로 정한 이유가 뭘까? 10점도 있고, 1천 점도 있는데 굳이 100점이어야 할까. 가장 쉽고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배점, 채점이 쉽고 평균을 내는 것도 수월하다. 백분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편의성으로 인해 표준 아닌 표준이 된 사례다.
만점은 시험에서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 된 지 오래다. 어림잡아 수십 개가 넘는다. 만점 엄마'아빠를 비롯해 재치 만점, 개성 만점, 센스 만점, 서비스 만점, 박력 만점, 영양 만점, 인기 만점, 스릴 만점, 효과 만점…. 우리가 과거 학교 다닐 때 숱하게 겪었던 시험의 공포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기에 이런 말들이 생겼는지 모른다. 일종의 강박관념일 수도 있다.
만점 사례는 스포츠에서 가끔씩 나타나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체조 경기에서 보여준 루마니아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의 만점 기록이었다. 날씬하고 예뻤던 15세의 코마네치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2단 평행봉 연기를 마치고 내려오니 관객들은 감동에 젖어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한 후 점수 전광판에는 1.00으로 나와 있었다. 관중은 웅성거리고 코치가 항의를 하려는 순간 한 심사위원이 "1.00이 아니라 10.0 만점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때까지 체조 역사상 만점을 받은 선수가 아무도 없었기에 전팡관은 9.99까지만 나오도록 돼 있어 이런 해프닝이 빚어진 것이다. 그녀는 그 대회에서 모두 7번의 만점을 받고 금메달 3개를 땄다.
사실 스포츠 경기를 제외하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만점을 받기는 불가능하다. 만점은 완벽하다는 말과 같다. 완벽함은 신(神)의 영역이지,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틀 전에 치러진 수능시험은 영역별 만점자가 수험생의 1%에 달하도록 출제됐다. 과목별로 6천 명이 넘고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는 수험생은 2천100명으로 추산된다. 수험생이 실수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도 없다. 물론 과외를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학생들을 완벽한 '시험 기계'로 내모는 풍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실수는 청춘의 특권이다. 실수를 한 수험생은 걱정을 마시라. 앞으로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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