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교동'에 없다면 대한민국 어디서도 못 구하죠

입력 2011-11-12 07:55:11

교동 전자골목에서는 전자, 전기, 컴퓨터, 가전 등 전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교동 전자골목에서는 전자, 전기, 컴퓨터, 가전 등 전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교동에 가면 없는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취급하는 제품이 다양하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자제품이라면 없는 게 없죠"

대구에서 전자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대구시민에게 물어본다면 대부분 '교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많은 전자제품 관련 상점들이 모여 있다 보니 제품과 가격비교가 가능해 알뜰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생겨나고 온라인쇼핑몰이 범람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구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자제품을 사려면 이 골목을 거쳤고 지금도 다른 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전자 부품, 조립컴퓨터 등 교동표 전자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미군부대서 나온 라디오에서 시작해 컴퓨터까지

교동 전자골목의 시작은 교동시장과 함께한다. 해방 이후 북성로와 서문로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일본인 상권이 철수하고 한국인들이 상권을 차지했다. 피란길에 올랐다가 대구로 돌아온 사람들은 이미 상권이 형성된 북성로와 서문로가 아닌 교동에서 장사를 시작하면서 교동상권이 형성됐다.

미군정기가 시작되며 미군부대에서 쏟아져 나온 군수품들이 교동에서 팔리기 시작했고 1956년에는 '교동시장'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전자골목도 군수품에서 시작됐다. 부대에서 나온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들이 시장에서 팔렸던 것. 정식 시장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번듯한 점포를 내고 전자제품만 취급하는 '대동전자' 같은 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 상인은 "전자골목의 형태를 갖춘 건 30~40년전 쯤일 것"이라며 "50년 전에 생긴 가게들도 아직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여기저기에 분산돼 있던 전자 관련 점포들은 취급품목에 따라 골목에 모이기 시작했고 전자제품의 부속을 취급하는 전자가게, 가전가게, 컴퓨터가게 등으로 세분화됐다. 지금은 전자가 40여 개, 전기'조명 30여 개, 가전 30여 개, 컴퓨터 80여 개, 오디오 20여 개로 총 200여 개의 전자 관련 가게들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교동에서 못 구하면 다른 데선 못 구해요

교동 전자골목이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다. 가전제품의 경우 1980년대 후반 호경기 당시 함께 호황을 맞았고 조금 늦게 등장한 컴퓨터의 경우 1990년대 후반이 전성기였다. 컴퓨터는 IMF 당시가 가장 장사가 잘됐는데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PC방 창업을 하면서 갑자기 수요가 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대형마트의 등장과 인터넷쇼핑몰 활성화 등으로 골목 분위기가 예전만은 못하다. 특히 검단동 산업단지 조성으로 많은 업체들이 옮겨가면서 골목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교동에 오면 없는 게 없다'는 말처럼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골목에서 취급하는 물건도 일반 가전제품과 음향기기, 컴퓨터에서부터 건전지, 전자 부품 등 소소한 것까지 전자와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다 있다. 한 상인은 "예전 전자제품을 들고 와서 부품을 찾는 손님들도 여기 오면 다 구해갈 수 있다"며 "그렇다 보니 경북이나 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교동의 명성 이어가는 상인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골목의 상당수 가게가 컴퓨터를 취급했는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완성제품과는 달리 각각 다른 회사의 부품을 구입해 만드는 조립컴퓨터를 대부분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완성형으로 나오는 제품과는 달리 저렴하지만 수리를 담당하는 제조업체가 없기 때문에 판매업체에서 수리를 책임진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수리가 곤란한 경우가 많이 생겨 아직까지 오프라인이 활성화된 품목으로 교동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보다 침체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가게 상인들은 자신들이 파는 물건이 단순히 가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을 대표한다고 자부한다. 이 때문에 물건을 팔기 전 꼼꼼하게 살피고 사후 서비스도 철저하게 한다. 상인들은 "교동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물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교동 전자골목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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