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미술] 배종헌 작-'우리집 기상도'(단채널 비디오 작품)

입력 2011-11-10 07:38:28

1960년대 서구 미술계에는 팝아트나 미니멀리즘, 또 개념미술처럼 종전의 표현 방식이나 매체와는 아주 다른 새로운 양식들이 여럿 출현했다. 그중에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역시 비디오가 도입되며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비디오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행위들을 쉽게 기록하고 자료화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주면서 값싸고 만들기 쉽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작가들에게 기존 예술계의 질서나 체제에 복종하지 않을 자유를 제공하면서 창작의 개념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게 했다. 그 뒤 비디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예술은 실시간, 흑백 녹화로부터 오늘날에는 고해상도 컬러에다 대형 설치작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비디오 아트의 주제도 정치적인 비판이나 다큐멘터리, 명상적이거나 단순히 영상미학을 추구하는 것 등 다양한데 이 작품처럼 현실을 풍자하면서 유머러스한 재미를 주는 작품도 있다. 흔히 TV를 바보상자라 하지만 일상생활의 중요한 도구이자 소통의 중심에 놓여 있는 그것의 기능과 의미를 익살스럽게 받아들여 작품화한 것이다. 손으로 만들고 연필로 대강 쓴 TV상자 모양과, 화면 속에 등장하여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과 말투로 일기예보를 흉내 내는 작가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시종일관 너무 진지하여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비디오 아트의 눈부신 기술의 발전과 자신은 관계없다는 듯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으로 역행하듯 가는 그의 태도가 깊은 인상을 준다. 지금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종헌의 비디오 아트, '우리집 일기예보'의 한 장면이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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