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환자와 의사 신뢰로 이겨낼 수 있는 파킨슨병

입력 2011-11-07 07:58:01

파킨슨병은 운동신호를 조절하는데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발병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발이 떨리는 진전증이나 몸의 관절 근육이 굳는 강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등이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 몸을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다. 또 우울증, 치매, 인지기능장애 등 비운동성 질환의 발병 빈도도 높아진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주로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발병한다. 개인마다 증상의 차이를 보이고, 증상이 관절염이나 중풍 등 다른 노인성 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워서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수개월을 관절염약을 먹거나 관절염 환자가 수개월을 파킨슨병 약을 먹는 웃지 못할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파킨슨병은 적절한 약물치료로 상당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자의 운동장애 증세가 도파민 부족에서 오는 것이므로, 레보도파라는 약물로 도파민을 보충해주면 된다. 그러나 약효가 잘 듣는 초기 3~5년, 이른바 '허니문'(Honeymoon) 기간이 지나면서 '약효 소진증상'이 나타난다. 1회 복용으로 5, 6시간 유지되던 약효가 3시간 이하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 약물의 혈중농도가 불규칙해지며 사지가 꼬이고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는 '이상운동증' 등의 부작용도 늘어난다.

최근에는 기존 레보도파 제제에 다른 성분을 추가한 복합 치료제가 많이 쓰인다. 두 가지 성분을 추가해, 약효를 장시간 일정하게 유지시키도록 도와준다. '약효 소진증상'을 보인 환자에게 효과가 좋다. 이러한 복합제제는 발병 초기 환자에게 좀 더 적은 양의 레보도파를 처방할 수 있게 해, 약물 과용으로 오는 부작용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파킨슨병의 약물치료에 있어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 환자들이 약 복용량만 늘리면 증세가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주치의와 상의 없이 자의로 약 복용 횟수와 양을 늘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던 한 50대 남성이 자의로 레보도파 단일제제의 용량을 높이고, 복용 횟수를 6회까지 늘렸다가 119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온 적이 있다. 당시 약을 복용하는 순간에는 농도 과다로 이상운동증을 겪고, 금방 약효가 떨어져 갑자기 몸을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반복되다가, 결국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이 환자는 현재 복합제제를 위주로 약물을 잘 조절해 복용 횟수를 4회까지 낮추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낸다. 처음부터 주치의를 믿고 따랐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같은 약이라도 전문의의 올바른 처방이 없으면 오히려 해가 돼 돌아온다. 특히 파킨슨병은 약물치료가 치료의 핵심이다. 아울러 신경과 전문의를 믿고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남대병원 신경과 박미영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