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장기기증 캠페인 '생명나눔실천본부 대구지부'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전국적으로 장기기증 운동이 불붙었다. 이후 장기기증은 우리나라 기증문화의 한 축으로 정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기증하면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운영하는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나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떠올린다. 반면 불교에서도 장기기증 운동을 펼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주관하는 '생명나눔실천본부'라는 단체 이름 자체가 생소하다. 하지만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최근 경주 골굴사 전통무예대회에 참가한 100여 명으로부터 장기기증 서약을 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사단법인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법장 스님이 1994년 설립했다. 이미 17년이 된 단체다. 특히 현 이사장인 일면 스님이 간 이식을 받은 경험이 있어 장기기증 운동에 더욱 열정적이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2009년 11월 생명나눔실천본부 대구지역본부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장기기증 운동이 시작됐다. 대구지역본부 박종명(54'여) 본부장이 혈혈단신으로 만든 것. 박 본부장은 "김수환 추기경 선종 직후 장기기증 바람이 불 때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지역에서는 없었다"며 "자비가 불교 교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여서 단체를 만들면 장기기증이 잘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본부가 만들어진 지 2년이 채 안 돼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아직 불자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진 것이다. 모 사찰에 장기기증 홍보를 위해 찾아갔는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은 일이나 불교 복지시설에 홍보를 간 뒤 환자들이 불만을 터트린 일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박 본부장은 "지금도 홍보를 위해 사찰에 도움을 청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별다른 지원 없이 직원과 자원봉사자 4명 등으로 구성해 활동하다보니 재정적인 어려움도 적잖다.
하지만 최근 승시행사나 전법대회 등 불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홍보에 발 벗고 나선 덕분에 지금까지 448명의 장기기증 신청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본부에 장기기증 신청을 하는 사람도 꽤 생겼다. 후원자도 280명까지 늘렸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는 것.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는 장기기증뿐 아니라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조혈모세포 기증도 받는데 얼마전 영남대와 대구가톨릭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증 행사에 호응도가 높았다.
박 본부장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불교계에 분명히 장기기증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려면 꾸준히 홍보 활동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장기기증 신청자 2천 명, 후원자 2천 명을 모은다는 게 목표다. 박 본부장은 "장기기증을 신청하면 사후 깨끗한 장기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건강관리를 하게 된다. 신청자 입장에서도 건강을 챙기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