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콘도르의 3일'

입력 2011-10-29 10:43:31

29일 오후 11시 40분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점심을 사러 나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온 조 터너는 동료들이 모두 살해된 장면을 목격한다. '미국문학사협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CIA의 자료조사 사무실이었던 그곳에서 다급히 도망친 터너는 본부에 전화해 '콘도르'라는 코드 네임을 대고 상황을 보고한다. 터너는 도와줄 사람을 보내겠다는 본부의 지시에 따라 약속장소에 나가지만, 터너에게 돌아온 것은 총알세례다.

가까스로 피신한 터너는 옷가게에서 마주친 캐시라는 여성을 납치, 그녀의 집을 은신처로 삼는다. 터너는 캐시에게 자신이 CIA의 자료조사요원이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읽을 뿐 누구도 살해하지 않았음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한편 랭리의 CIA 본부에는 '콘도르가 모두 쐈다'는 보고가 올라가고, 일개 자료조사요원에서 조직원 살해범이 된 '콘도르' 터너의 뒤를 쫓으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캐시의 차를 빌려 친구의 집을 찾았던 터너는 자신의 뒤를 쫓는 살인청부업자 '주베르'와 마주치지만 운 좋게 도망치고, 캐시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캐시의 차 번호를 기억한 주베르는 부하를 시켜 캐시의 집을 급습한다. 격투 끝에 킬러를 제압하고 다시 도망치는 터너와 캐시. 터너는 캐시의 도움을 받아 상관 히긴스와 접촉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썼던 추리소설에 대한 보고서가 실은 CIA 내 어떤 조직에 관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냉전 막바지였던 1975년, 영화는 함정에 빠진 CIA 자료조사요원의 고군분투를 통해 음모에 접근한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 터너가 느끼는 혼란은 관객의 혼란이 된다. 적은 소련의 첩보기관도, 중동의 군부도 아니었다. 조직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않는 조직 내의 조직, 그것은 극단적 애국주의에 휩싸인 미국 자신이다. 국가의 이익,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생명조차 쉽게 저버릴 수 있는 조직논리 속에 양심은 존중받지 못한다.

제임스 그래디의 소설 '콘도르의 6일'을 각색한 이 영화는 6일의 긴 시간을 3일로 압축, 사건의 비밀을 좇는 남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고뇌에 빠진 스파이가 된 로버트 레드포드와 그를 돕는 미녀 역할의 페이 더너웨이, 그리고 표정 없는 살인자를 연기하는 막스 폰 시도우의 연기는 영화에 묵직함을 더해준 요소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를 포함해 7편의 작품을 시드니 폴락 감독과 함께 했고, 시드니 폴락의 든든한 영화적 동지로도 알려져 있다. 러닝타임 117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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