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책읽기] 중국황제도 도박을 즐겼다

입력 2011-10-29 07:28:50

向斯샹스, '中國皇帝游樂生活 중국황제의 유락생활'(北京: 新華出版社, 1994)

절대자 중국 황제, 하늘의 자식이라 칭해졌던 그들은 궁궐의 두터운 돌담장 안에서 무엇을 하며 일생을 보냈을까요? 평생 동안 권력투쟁을 위한 권모술수와 천하경영에 몰두했을 것 같은 그들, 알고 보면 그들도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샹스가 저술한 '중국황제의 유락생활'(베이징: 신화출판사, 1994)을 보면 황제도 일반 백성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각종 오락을 즐기고, 행락거리를 찾고, 체력단련과 사냥을 하기도 하고, 애완동물도 길렀습니다. 도박, 투호, 바둑을 비롯해서 토끼사냥, 개사냥 등 민간에서 하는 오락들을 즐겼습니다. 물론 궁중에서 개발한 놀이도 있습니다. 청 고종인 건륭황제가 발명했다는 신선도놀이도 있고, 지패(紙牌)라고 불리는 칠포커 게임도 있습니다. 세시풍습도 규모와 절차 면에서 풍부하고 다채롭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민간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국가의 상징이자 권력의 최고 정점인 황제도 정월 초하루가 되면 신하나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옷을 입고 새해 첫날의 해맞이 행사를 가졌습니다. 의식이 시작되면 태자와 왕자, 공주를 비롯하여 문무백관들이 황제에게 하례를 하고 술을 권하며 만수무강을 축원하였습니다. 황제는 용상에 앉아서 위엄 있게 인사를 받고는 민간에서 세뱃돈을 주는 것처럼 군신들에게 상을 내리고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명나라 때는 설 전날인 그믐날에 술과 음식을 풍성하게 준비하여 실컷 먹고 마시고, 설 당일에는 물만두를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당나라 때 시작된 음력 2월 1일 중화절(中和節)은 농업사회 중국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풍습입니다. 조정에서 과일과 곡식의 종자를 포장해서 민간에게 나누어주고, 황제는 백관이 바치는 농업서적을 받는 의식을 가졌는데 이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민간과 소통하는 중요한 행사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청나라 때도 음력 2월 15일 대지에 봄이 오고 백화가 만개할 것을 염원하는 화조절(花朝節)이 있었습니다.

시대를 거치면서 성격이 변화된 절기도 많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동지가 지나고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寒食)이었고, 한식이 지나고 이틀째 되는 날이 청명절(淸明節)이었는데 당나라 때 와서는 두 절기가 합쳐졌습니다. 민간에서는 한식 전후 3일 동안 집집마다 분묘를 청소하고 정리하였고, 궁중에서는 투계를 비롯해 풍성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3월 3일 남녀노소, 빈부귀천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물가로 가서 목욕을 하는 수절(水節)도 있었습니다. 수절의 청결한 물에 목욕을 하면 지난 1년의 먼지와 각종 병균들을 깨끗하게 씻겨 심신이 청결하게 되고 무병장수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황제도 인간이었던 모양입니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순종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에 기뻐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태)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