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라이팬에서 해산물 튀겨…바다향과 순박한 인심 가득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리구리아(Liguria)주는 지중해 해안을 따라 형성된 좁고 긴 지역으로 프랑스 칸(Cannes)에서부터 시작되는 여러 휴양지가 나란히 줄지어진 모습이 마치 목걸이와 같다고 하여 '이탈리안 리비에라'(Riviera'보통 해안을 일컫는다)라고도 한다.
리구리아주는 대표 도시인 제노바(Genova)를 중심으로 해안평원지대가 프랑스 국경까지 펼쳐지는 '서 리비에라'(Riviera di ponente)와 토스카나주에 근접하면서 크게 호를 그리며 이어지는 '동 리비에라'(Riviera di levante)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국경 주변의 '서 리비에라' 도시들은 화초 재배가 유명해 향수 제조업이 발달했고, 가는 곳마다 꽃이 만발한 이국적인 분위기와 해안의 정취가 매혹적이다.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가파른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동 리비에라'는 중세 분위기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어촌마을을 구경하면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제1의 항구도시인 제노바는 아말피, 피사, 베네치아와 함께 중세 해양 상업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제노바 국제 보트쇼'는 올해로 51회째를 맞이했는데 세계 보트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유럽 3대 보트쇼 중 하나로 명성이 대단하다. 그뿐 아니라 1951년 세계 2차 대전 이후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를 기원하며, 산레모(Sanremo)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산레모가요제'는 이탈리아 전통 가요인 깐쪼네(Canzone)의 대명사가 된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전 세계 뮤지션들의 꿈의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화려한 행사도 좋지만, 미식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바다조개로 장식된 벽에 파스텔색의 집들이 인상적인 '까몰리'(Camogli)를 반드시 기억하자. 몇 년 전 필자가 제노바를 여행하던 길에 현지인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까몰리 축제'는 여행 일정을 갑작스럽게 바꾸게 했다. 작은 어촌마을인 까몰리에서 매년 5월 중순에 열리는 '산 포르뚜나'(San Fortina) 축제 중에는 1년에 단 하루 까몰리 스타일의 특별한 '생선튀김'(Fritto di pesce)을 맛볼 수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마을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지름만 5m, 팬의 자루가 7m가 넘는 대형 프라이팬을 둘러싼 어부들이 정어리,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을 넣어 튀기고 있었다. 넉넉하게 한 움큼 퍼주는 튀김에 레몬을 손으로 짜 넣은 뒤 한 입 먹어보니 물씬 올라오는 바다향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이 더해져 그 맛은 가히 최고였다. 여기에 상큼한 화이트 와인 한잔과 까몰리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의 젤라또(Gelato)로 입가심을 하니, 그 어느 호화스런 정찬이 부럽지 않았다. 어부들이 팔고 남은 생선을 넣어 끓여 먹었다는 해산물 수프(Ciuppin)와, 크리스마스 명절 음식이 유래가 된 허브소스와 크래커를 곁들인 데친 해산물 샐러드(Cappon magro)도 역시 이곳의 특징 있는 지방식이다.
리구리아주 북쪽의 알프스 산맥과 아펜니노 산맥 아래 펼쳐진 계곡 지대에서는 예로부터 올리브 재배가 성행했는데, 이는 오늘날 이탈리아 최대 올리브유 생산지라는 명예를 안겨줬다. 이로 인해 리구리아주의 전통 음식에는 자연스레 지역특산물인 양질의 올리브유를 사용함으로써 버터와 치즈로 맛을 내는 이탈리아 북부의 타 지역과는 달리 건강한 지중해풍 식단의 장점을 가지게 됐다.
제노바 지역에서 나는 바질과 잣, 치즈, 리구리아산의 섬세한 올리브유를 갈아 만든 '페스토 소스'는 주로 파스타에 버무리는데, 이것은 이 지방을 대표하는 전통식이다. 때론 토마토 소스 대신 페스토 소스를 이용해 라자냐(Lasagna)를 굽기도 하며, 스테이크와 데친 채소요리에도 곁들인다. 리구리아식 만두 파스타(Pansotti)에 넣는 호두 소스(Pesto di noci)는 또 다른 전통 방식의 페스토(Pesto)이니, 맛보기를 적극 권한다.
이 지방을 여행하다가 '포카체리아'(Focacceria)라는 간판이 눈에 띌 때는 주저 말고 들어가보면 좋다. 전통 방식으로 자연 발효시킨 반죽에 다양한 고명을 얹은 각종 '포카챠'(Facaccia'밀가루 반죽에 올리브유'소금'허브 등을 넣어 구운 이탈리아 빵)를 만나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굵은 소금과 올리브유만 뿌려 갓 구운 제노바식 포카챠(Focaccia genovese)를 한번 먹으면 여행기간 내내 절대 손에서 놓지 못할 만큼 그 맛에 매료된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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