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받으면 펑펑 울어라 실컷 울고선 제대로 웃어라
사람은 웃을 때 가장 아름답다. 웃음은 병을 치료하는 힘도 있다. 병원마다 '웃음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의 웃음을 따라 그저 깔깔대거나, 의미 없는 박장대소는 순간 웃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억지웃음 뒤에 밀려오는 은근한 허탈감 탓에 더 침울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죽음을 앞둔 환자는 오히려 실컷 울게 하면, 이후부터 번지는 밝은 미소와 평화로운 마음이 오래 지속 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곳 호스피스병동에서는 웃음치료보다는 울음치료를 하고 있다.
지난해 호스피스병동의 일상을 담은 '행복 사진전'을 몇 번 열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와 아들이 보여주는 환한 미소, 병원에서 준비한 마지막 생신 잔치에 촛불을 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평소에는 도통 웃지 않았다는데 죽음 앞에 두고 이제야 활짝 웃는 아버지, 통증 약을 타러 온 할아버지가 커피를 마시며 웃는 모습 등 35점을 준비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놀라움은 대단했다. "정말 말기암 환자 맞나요?" 사람들은 믿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해준다. "정말 밝게 웃으시죠. 그러니까 암도 없는 우리의 표정이 어두우면 안 되겠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말기암 환자가 웃게 하려면 암성 통증부터 없애야 한다. 통증이 있으면 다른 감정이 표출할 수 없다. 그런 뒤 말기암 환자를 많이 울려야 한다. 지나온 삶과 다가온 죽음 속에서 담겨 있는 억울하고 힘든 사연을 말하게 한다.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함께 울고 나면 그때부터 참 웃음이 나온다. 지금껏 병동의 한 면을 장식한 행복한 사진 속의 그들을 얼마나 많이 울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죽음 앞에서 두렵고 힘든 울음을 제대로 터트려 보아야, 시골 아낙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런 웃음이 나온다.
처음 호스피스병동에서 사진을 찍을 때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사진찍기를 피했다. 영정사진을 준비하는 줄 알고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화가 났다. 왜 똑같이 살아있는 사람인데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영정사진이 되고, 다른 곳에서 찍으면 행복한 일상 사진이 되는지. 그래서 노래방 프로그램이나 영적 돌봄을 할 때 줌 렌즈로 멀찍이서 셔터를 눌렀다.
밝은 사진들로 병동 한 면을 장식했을 때 환자들은 더 이상 사진찍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할머니는 오히려 옷까지 새로 한 벌 장만해서 먼저 찍어달라고도 했다. 물론 지난해 찍은 사진 속 환자는 한 명도 곁에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행복한 사진 덕분에 지금 입원하는 환자는 웃음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 "저들도 나처럼 말기암 환자인데도 참 밝네!"라면서. 회색병동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바쁜 진료 중에도 사진 봉사한 보람이 느꼈다.
일본 호스피스 의사가 쓴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이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느 대학병원에 여성 암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그녀는 말기 유방암 환자였고 늘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진통제 주사를 요구했다. 병원 측은 그녀를 그저 성가신 물건 처리하듯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에게는 행운이었다. 왜냐 하면 그 병원에는 말기 암환자도 여느 환자와 똑같이 간호해주는 간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고 진통제 주사를 요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가 진통제 주사 대신 한 잔의 뜨거운 커피를 들고 갔다. 간호사는 커피를 권하며 환자의 이런저런 호소를 진심으로 들어주었다. 그 다음 날부터 그녀가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진통제 사용도 격감 되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눈에서 빛이 나고 통증이 사라진다. 아울러 신체적 접촉은 더욱 강력한 소통방법이다. 말로만 하는 대화는 사람을 더 외롭게 할 수 있다. 환자나 가족과의 신체 접촉은 영양 섭취보다 훨씬 심오하다.
글=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센터장
정리=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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