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를 잡아라'… 지역기업 외화조달책 필요

입력 2011-10-26 10:58:46

금융위기 장기화 조짐에 은행마다 대출금리 인상에 버티기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A사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다. 외화 수급이 쉽잖기 때문이다. 1천만달러 이상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최근 들어 시중은행의 외화 대출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해외 공장 신설 등 시설자금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등 깐깐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된서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B사도 마찬가지.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앞두고 이곳저곳 금리를 비교해오던 차에 금리가 뛴 것이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금리가 뛰자 B사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당장 필수적인 시설만 짓고 차후 상황을 봐가면서 나머지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3월부터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워놨는데 갑자기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팽배하면서 자금 조달이 힘겨워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현실화 우려가 외화 조달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금융위기가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으로 외화 조달 비용이 올라서다. 이 때문에 해외 시장과 거래하는 기업들도 외화 확보 불안감이 퍼져 외화 확보전에 비상이 걸렸다. 사정이 이렇자 국책은행이 외화 조달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긴급 처방을 내놓았다.

활발한 해외투자 사업으로 해외 현지법인이 많은 C사도 최근 외화 대출 만기 재대출 금리로 쓴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에 비해 금리 차이가 1%포인트 이상 급등했기 때문. 특히 C사는 외화 대출 수요가 많아 금융비용 부담만 갈수록 늘어난다는 하소연이었다.

외화 대출 금리는 최근 3~4개월 사이 올라 상당수 수'출입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외화를 대출'하거나 '금리가 내릴 때까지 버티기' 중 하나를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불과 3개월 전까지 3년 만기 4~5%대였던 외화 대출 금리는 이달 중순 들어서는 7~8%로 2%포인트 이상 뛰었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조달 비용 자체가 올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불확실성 확대로 상당수 국가의 국공채 금리도 뛰었다"고 말했다.

불안 심리가 퍼지자 산업계의 외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 관련 외화 대출 수요가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대구본부에 따르면 해외투자 관련 신규 외화 대출은 7월 1천700만달러로 전체 신규 외화대출 2천만달러의 90% 선에 근접했다. 이달 들어서는 해외투자 관련 신규 외화 대출이 5천280만달러까지 수요가 폭증했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수출입은행은 25일 대구경북 수출 중소'중견기업 10개사 재무담당자를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지역 기업들이 외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터져나왔다.

이와 관련해 장정수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은 "연내 외화조달 목표를 애초 88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확대하고, 중동계와 중국계 등으로 차입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외화 자금 확보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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