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들어서자 자원봉사자들과 지지자들이 "박근혜"를 외쳤다. 전날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지지 의사를 재차 밝혀 다소 차가웠던 캠프 내 분위기가 일순 반전됐다. 30분쯤 지나 나 후보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서울역으로 '서울 대장정 도보 유세'를 시작했다.
예상했지만 안 교수의 등장은 여권 캠프의 분위기까지 냉랭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안풍(安風)이 먹힐까'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 교수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사무실을 직접 찾은 것을 두고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로 읽힌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앞서 24일 안 교수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직접 쓴 지지편지를 건넸다. "저 역시 1천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고 이른 아침 투표장에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니다"라는 편지 맺음말을 전했다.
안 교수는 박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지지 선언을 하지 않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투표율이 낮으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높으면 박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지편지 중에 "선거는 '참여'의 상징"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선거 참여야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안 교수의 '투표 참여' 호소가 정치인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직접 지원을 피하면서 박 후보의 당선을 현실화하는 데 가장 필요한 투표율 올리기에는 적합한 행동으로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라고 보고 있다.
안 교수의 등장에 한나라당은 발끈하면서도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안 교수가)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고, 유승민 최고위원도 "정치를 하려면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정식으로 링 위에 올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안 교수의 등장에 즉각 논평을 내고 "박원순 후보는 더 이상 안 교수에 기대고 의존하여 서울 시장이 되겠다는 잘못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사또 덕분에 나팔 불어보자는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 자기 지갑에서 요금을 내지 않고 공짜로 버스를 타겠다는 무임승차 후보가 시장이 될 수는 없다"며 수위를 높였다.
24일 대구, 칠곡, 부산을 방문한 박 전 대표도 안 교수의 막판 지원에 대해 "오늘은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역 정치권은 "'폴리페서' 등으로 표현돼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안 교수, 조국 교수 등에 대해 일종의 무시 전략과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체급이 다르다'는 표현을 에둘러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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