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삼성명가타운 입후보자 3명 토론회
21일 저녁 대구 달서구 파호동 삼성명가타운 아파트관리사무소 2층. 이곳 주민 50여 명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3명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주민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입후보자 3명을 불러 합동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분위기는 TV에서 본 국회의원 정책토론회나 고위공직자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사회자 백미자(54'여) 씨가 "주민 여러분, 입후보자들에게 질문해 주십시오"라고 하자 주민들이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손을 들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주민 박모(52) 씨는 "당선되면 하루 종일 아파트에 상주하며 일할 수 있는지", 또 다른 주민은 "누구나 아파트 관리비 지출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외에도 아파트 현안과 관련된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입후보자들은 손수건을 꺼내 진땀을 닦으며 답변에 응했다. 질문이 워낙 많았던 탓에 토론회는 당초 계획했던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30분간 이어졌다.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출에 직선제를 도입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한 관리와 이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직하고, 연설회와 정책토론회 등의 검증 절차를 거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선출하려는 것이다.
주민대표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필요성을 통감한 삼성명가타운 아파트 1천999가구 주민들은 곧 임기가 끝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처음으로 주민 직선제로 뽑기로 했다. 이전에는 각 동대표들만 입후보하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규정을 바꿔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입후보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주민들 스스로 선거관리위원회도 조직했다. 달서구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위원 1명을 자문위원으로 초청해 주민 8명을 포함한 9명의 선거관리위원단을 꾸렸다. 달서구선관위로부터 기표소와 기표 도구 및 투표함도 빌리기로 했다. 선거 일정도 직접 짰다. 직장인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일반적인 투표 시간과 달리 오후 8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했다.
주민들은 처음 도입되는 직선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곧 임기를 마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이희홍(60) 씨는 "입후보자들이 연설회와 정책토론회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향후 불만이나 갈등 소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민 김모(43) 씨는 "주민대표를 선출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지난해 7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 이후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1가구 1표의 주민직선제로 뽑게 돼 있다"며 "직선제는 아파트 주민에게 투명한 예산 집행을 통한 관리비 절감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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