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촌에는 월가 점령(OWS)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금융중심지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 내 주요 도시로 확산되었고 마침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80여 개 국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 이 운동이 상륙하였다.
월가의 은행들과 투자회사들의 최고경영층과 펀드매니저로 대표되는 최상위 1%에 대한 나머지 99% 사람들의 분노, '1대 99 사회'라는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를 초래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항의, 이것이 월가 점령 운동의 본질이다. 이 운동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일자리나 재산을 잃었거나 소득이 줄어든 광범한 미국시민들과 세계시민들의 절망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까지는 최상위 1%의 소득이 일반 노동자 임금의 30배였으나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2008년에는 300배로 증가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은행들과 투자회사들의 최고경영층은 대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액연봉 잔치를 벌인 반면, 미국의 실업률은 9%를 넘어서고 중산층이 더욱 무너지고 빈곤율이 증가하였다. 최상위 1%는 더욱 부자가 되었는데 나머지 99%는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세계최고 경제대국 미국이 왜 이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지난 30년간 금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에 대해 감세를 하였으며 노동권을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대기업에 유리하고 제조업과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는 불리한 경제정책들을 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특히 금융위기 발생 당시 집권하고 있었던 부시정부에서 크게 강화되었다.
부시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지난 미국 대선 때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 후보 진영은 그것을 하향식 경제학(top-down economics)이라 불렀다.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를 하고 금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경제의 상층부분(top)을 먼저 성장시키고 그 성장의 과실 중 일부를 중소기업과 노동자와 빈자에게 재분배하여 경제전체의 성장을 달성하려는 것이 하향식 경제학의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성장률을 높이지도 못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으며 마침내 2008년의 파국적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 오바마 후보 진영은 상향식 경제학(bottom-up economics)을 제시하였다. 경제의 밑바닥(bottom)인 중소기업과 자영업과 노동자와 빈민에 대해 집중투자를 하고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동반성장을 달성하려는 것이 상향식 경제학의 정책기조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는 집권 후 3년차에 든 지금까지 상향식 경제학에 기초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이 지난 1990년대에 출현한 '20 대 80 사회'란 말이 어느덧 '1 대 99 사회'란 말로 바뀔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다. 동반성장이 아니라 양극화 침체를 초래한 하향식 경제학 때문에 미국 경제는 망가졌고 사회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재벌 대기업과 금융과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에 대한 감세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금융과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과 노동자와 비수도권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전자와 같이 하향식 경제학을 따르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고 한국도 미국처럼 '1대 99 사회'가 될지 모른다. 한국경제는 미국경제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제조업과 중소기업과 자영업과 노동자와 비수도권에 집중 투자하고 금융을 이들의 성장에 헌신하도록 규제하는 상향식 경제학을 지향해야 지역경제와 한국경제 전체에 희망이 있다. 밑바닥이 튼튼해야 상층이 건실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동반성장을 가능케 하는 상향식 경제학을 추구해야 한다.
김형기(경북대 교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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