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팔공산 올레길 어딜 봐도 색색 별천지
# 친구·연인과 함께 '추억의 길'걷기 딱이네
단풍이 내게로 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는 그리운 단풍을 그리워하자. 깊어가는 가을 속 도심 곳곳이 붉게 물든 단풍을 이고 있다. 올해 대구경북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쯤에야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매년 떠나는 단풍길이지만 교통 체증과 인파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심 속 새색시 같이 수줍어하는 단풍의 속살 속으로 떠나보자.
◆팔공산 순환도로 단풍길
팔공산 가는 길은 오색 단풍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공산터널~백안삼거리~도학교로 이어지는 도로 양쪽에는 노란 은행나무가 도열하듯 방문객을 맞는다.
노란 물결도 잠시 팔공산 순환도로에 들어서자 오색 단풍이 치맛자락을 드러낸다. 빨강, 노랑, 자주, 연두 등 오색물감을 스펙트럼처럼 뿌려 놓은 듯하다. 파란 하늘 아래 햇살에 영롱한 단풍은 붉디붉은 핏빛 같다.
동화사~수태골~파계사에 이르는 팔공산 순환도로는 매년 가을이면 오색 터널을 이룬다. 굽이도는 길 양쪽으로 울긋불긋 단풍 대궐이 맑은 바람에 실려 다가온다.
단풍은 햇빛을 바라보며 구경하면 몇 배의 찬란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파계사에서 동화사 쪽으로 오후에는 동화사에서 파계사 쪽으로 단풍을 즐기면 좋다.
◆팔공산 올레 8코스 단풍길
팔공산 순환도로 단풍도 구경하고 가볍게 올레 8코스 단풍 길을 걸어보자.
이 길은 동화사 시내버스 종점에서 시작된다. 동화사집단시설지구~팔공산순환도로 단풍길~수태지 부근 오솔길~너럭바위~부인사'서봉 등산로 접점~벼락 맞은 나무~부인사~동화사집단시설지구로 돌아오는 6.5㎞의 순환코스다.
▷동화사집단시설지구~수태지(1.8㎞)=이달 16일 오전 9시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동화사 시내버스 종점에 내려서 단풍 터널을 지나다보니 어느새 수태골 주차장에 다다랐다. 등산객들로 붐볐다. 여기서 100여m쯤 걸었을까. 올레8길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한적한 오솔길 같은 입구였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등산객의 발길이 잦지 않다. 그래서 이 길을 걸을 때는 세심히 이정표를 확인해야 한다.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수태지 부근 오솔길~너럭바위(2.6㎞)=오솔길 초입부터 이런 곳에 길이 있나 싶을 정도다.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게 숨은 길이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를 헤치며 나아갔다. 마치 정글 속에 들어온 듯하다. 숲속 곳곳에는 새색시마냥 고운 자태의 단풍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청량한 바람에 실려 귓전을 울린다.
오솔길은 계곡으로 이어졌다. 송골송골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청아한 계곡 물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며 흐른다.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넉넉한 너럭바위가 나온다. 수십 명도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안식처를 내준다. 너럭바위 앞 동굴처럼 생긴 곳에서 맑은 계곡물이 무정하게 흐르고 있다. 그 위로 붉은 단풍잎이 유정하게 떠 있다. 물살에 실려 바람에 실려 계곡을 따라 흐르고 있다.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굳이 이태백의 시를 빌리지 않아도 마치 별천지에 온 듯하다.
▷너럭바위~부인사 등산로 교차점~벼락나무~부인사~동화사집단시설지구(6.5㎞)=너럭바위를 뒤로한 채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확연하지 않다. 이정표가 되는 리본을 잘 찾아야 한다. 자칫 길을 잃기 쉽다. 단풍을 배경으로 삼아 비탈진 산길을 잠시 걸으면 하늘이 듬성듬성 열리는 작은 솔숲을 만난다. 발 아래 차이는 솔방울을 벗 삼아 걷다 보면 부인사 등산로와 만난다. 서봉 등산로와 접점인 이곳에서 부인사 가는 길은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조금 내려가니 등산로 방향을 표시한 이말재 말뚝이 서있는 너른 공간이 나온다. 이 가운데 고목 한 그루가 도드라지게 서 있다. 벼락 맞은 나무다. 불규칙하게 깨어진 상부에는 검게 탄 흔적이 역력하며 전체는 속이 텅 빈 커다란 나무다.
부인사로 내려가는 길은 소나무 숲길이다. 부인사에 이르자 대웅전 앞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처연히 서 있다. 붉은 피를 뿌리며 구도의 길을 걸었던 선지자의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
▷찾아 가는 길=버스 급행1, 팔공1(동화사 방면) 타고 동화사집단시설지구(종점) 하차. 도시철도 1호선 아양교역 하차-2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급행1, 팔공1(동화사 방면) 탑승.
▷주변 관광지=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053-980-7777), 부인사(053-982-5006), 동화사(053-982-0101).
◆대구스타디움 야외공연장 산책로
대구스타디움 주변 도로가에는 단풍이 일찍 찾아오고 있다. 도심 가운데 비교적 일교차가 커서일까.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야외공연장에 이르니 붉은 단풍을 머리에 이고 열병식 하듯 손님을 맞고 있다. 푸른 산과 웅장한 대구스타디움을 병풍 삼아 붉고 노란 단풍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16일 주말을 맞아 야외공연장에서는 각종 공연을 보러 온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공연장과 달리 주변 산책로는 한 폭의 붉은 화원 속의 작은 동산을 연상시킨다. 벤치에는 단풍잎을 향기 삼아 가을을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잔디밭에선 꼬마들의 소풍 잔치, 가족,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단풍 속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산책로 오솔길을 걷다 보면 붉은색, 노란색, 자주색 등 형형색색의 단풍이 살포시 속살을 내비친다. 낙엽을 밟으며 산책로를 걷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국립대구박물관 산책로
이곳에 가면 단풍과 문화의 향기가 함께 살아 숨 쉰다. 박물관 내 벤치에 앉아 은은한 커피의 향 속에 떨어지는 단풍의 운치가 그윽하다. 시원한 바람에 실려 오는 문화의 향기는 덤이다.
박물관 정문 옆 계단을 따라 산책로를 걸으면 호젓함 속에 단풍의 은은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마음의 무거운 짐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이름 모를 산새소리만이 자신을 일깨운다. 10여 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 곳곳에서 단풍은 물론 독서와 휴식도 즐길 수 있다. 연인끼리 왔다면 산책로를 한 바퀴 돈 뒤 오솔길을 걸어보자.
◆대구공평네거리~중구청네거리
도심 가운데 있어 누구나 잘 알지만 지나치기 쉬운 거리다. 720m에 이르는 도로 양쪽에 300여 그루 대왕참나무가 단풍 터널을 이룬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단풍의 향과 빛을 느낄 수 있으며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우수에 젖을 수 있다.
이 길을 걷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들러 휴식과 산책도 겸할 수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주변 직장인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원 내 잔디밭엔 비둘기가 한가로이 노닐고 형형색색의 단풍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쉼터로 제격이다. 깊어가는 가을,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도 좋을 듯싶다.
◆수성못 왕벚나무길
가을이 되면 도로 양쪽으로 왕벚나무단풍이 붉은 터널을 이룬다. 못 길을 걷는 산책객의 여유로움과 물 위에 떠있는 오리배가 한가롭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지난날의 추억에 빠져도 좋을 성싶다. 친구, 연인들의 가을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단풍과 낙엽 사이로 벤치에 앉아 호반의 정취를 즐기고 바둑 삼매경에 빠진 어르신들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로 다가온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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