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증상 없어…발병 알아채기 쉽지 않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간암'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하지만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간은 상당 부분 망가질 때까지 별 다른 통증이나 이상을 못 느낀다. 특히 간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인 'B형간염' 바이러스는 매우 지능적으로 간을 공격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대한간학회가 정한 10월 20일 '간의 날'을 맞아 B형간염에 대해 알아보자.
◆B형간염, 아파도 말 없는 간세포 이용하는 지능형 바이러스=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 세포가 파괴되거나 손상돼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B형간염이다. 간염 환자 중엔 숫자가 가장 많다. 전체 인구의 5~8% 정도가 감염돼 환자 수는 최대 3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염증 반응이 6개월 이상 지속, 만성화된 환자는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오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간에 도착해 활동 준비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은 경우에 따라 모두 다르다. 길게는 수십 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쉼없이 바이러스 복제'증식이 일어나 폭발적으로 수가 늘어나게 된다.
갑자기 활동성을 띠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바이러스에 인체는 면역반응으로 대응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오히려 이를 이용해 간을 망가뜨린다. 즉 면역세포를 속여 되레 간세포를 공격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면역세포의 공격을 입은 간세포는 딱딱하게 섬유화한다. 결국 간은 섬유화 상처만 남아 제 기능을 잃은 채 점점 딱딱해져 간경변증이 되고, 간암까지 된다.
◆혈액과 체액을 통해 감염, 모계 수직감염이 90% 원인 차지해=B형간염 바이러스는 혈액과 체액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된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신체적 접촉으로 옮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감염 경로는 산모의 신생아 출산 과정. 산모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경우, 출산 과정에서 아이가 산모의 혈액과 체액에 노출돼 감염되는 것이다. 이 같은 감염을 '수직감염'이라고 한다. B형간염 환자 중 90%는 이런 경로로 감염된다.
모든 신생아가 수직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났을 때 면역성분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감염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신생아들이다. 이들 중 약 95%는 성장하면서 B형간염이 만성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성 관계를 통해 전염되거나, 상처가 난 피부나 점막이 B형간염 바이러스를 지닌 혈액에 노출돼 감염되기도 한다. 배우자 중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있다면 성 관계시 콘돔을 사용하고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 만약 항체가 있는 배우자라면 안전하다. 손톱깎이, 피어싱 기구, 면도기, 주사바늘 등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에 노출될 수 있는 기구로도 전염될 수 있다.
◆최소 6개월마다 3가지 항목으로 된 정기검진 받아야=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모두 만성화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증식을 시작하고, 면역체계가 이에 반응해 이기면 항체가 생긴다. 하지만 항체가 완성되지 못하면 면역체계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제거한다. 결국 간 수치가 상승하고 바이러스가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않는 시기에도 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항체가 생기고, 바이러스가 몸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환자 중 10~15%에서 간염이 재발하기도 한다.
결국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면 누구든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김준환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B형간염은 별 다른 증상이 없어서 우리가 모르는 새 간경변증과 간암이 되는 질환"이라며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간효소 수치 검사, 바이러스 활성화 수치 검사, 간초음파 검사를 꼭 챙겨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가지 검진을 모두 받아야 하는 이유는 B형간염이 만성질환이기 때문. 건강한 사람이라면 B형간염이 활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면역반응이 제대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오랜 시간 몸 속에 머무른 탓에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지 못해 적절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면역력 자체가 약한 환자도 적절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는 마찬가지.
따라서 면역반응을 통해 B형간염 바이러스의 활동 정도를 가늠하는 간효소 수치 검사, 바이러스 개체수를 직접 알아내 활동 정도를 확인하는 바이러스 활성화 수치 검사, 간세포 상태를 확인하는 간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아야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김준환속내과 김준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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