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빈둥거리며 먹고 노는 사람'을 두고 '백수'라고 부른다. 여성 백수를 놓고는 '백조'라 칭한다. 백수는 백수건달(白手乾達)에서 나온 말이다. '건달'이라는 말의 유래가 흥미롭다. 원래는 인도에서 나온 불교 용어다. 불교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천신(天神)을 '건달바'(乾達婆) 혹은 '건달박'(乾達縛)이라고 했다. 이 건달바는 술과 고기는 손대지 않고 오직 향기만을 먹고 살았다. 조선시대 때 이 건달바는 광대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할 일 없이 먹고 노는 사람'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백수건달의 나이별 생활'이라는 유머가 있다. 20대 백수는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 30대는 막가는 삶을 산다. 어차피 집에서는 사람 취급 안 한다. 40대는 공원이나 기원으로 출근한다. 50대는 집에서 살림한다. '백수의 친구 관계'라는 유머도 있다. 20대 백수는 친한 친구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 30대는 모두 연락이 안 된다. 40대는 마누라도 외면한다. 50대는 공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벗한다.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우울하고 슬픈 느낌을 주는 '블랙유머'다.
백수들의 애타는 사연을 듣다 보면 가슴이 찡할 때가 많다. '면접 15번 봤는데 다 떨어졌다. 지겨운 나날들이다. 면접 때 벌벌 떠는 것도 이젠 지겹다.' '장기 알바 면접도, 취업 면접도 다 떨어졌다. 서류 전형에서 떨어져도 충격도 없다. 괜히 회사 경쟁률만 올려준 것 같다.' '30대 미혼 여성인데 이제는 면접 제의조차 없다. 신입 아니면 뭔가를 다룰 줄 아는 직원만 뽑기에 일할 곳이 없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밤에 취업 카페 들락거리며 원서 쓰고 게임하다 날 새고… 오후 늦게 일어나 뒹굴뒹굴하다 또 게임하고… 이제는 씻는 것조차 귀찮다.' '미치겠다. 1년을 허송세월했더니 느는 건 자괴감과 우울증뿐….'
청년 실업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위험수위에 달한 것 같다. 15세 이상 인구 10명 중 4명이 실업자 신세이고 멀쩡하게 대학 나와도 취업할 곳이 없으니 이러다간 사회가 뒤집힐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미국 월가의 대규모 시위가 대졸 실업 문제로 촉발된 만큼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한국에서도 전혀 남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이 현안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데도 싸움질에 급급해 그럴 기미조차 없으니 한심하다. 아무쪼록 백수'백조님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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