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으로 영상·텍스트 읽어
스마트폰 이용자가 1천5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시각장애인들도'스마트한 세상'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폰에 장착된'보이스 오버'기능 덕분에 기술 발전에서 소외됐던 시각장애인들도 터치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스마트폰 자체에 이 기능이 있어도 국내용 애플리케이션에 음성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우리도 스마트해졌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블라인드'에서 주인공 김하늘만큼 화제를 모았던 것은 애플사의 아이폰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김하늘은 극중에서 터치해야 사용이 가능한 아이폰을 사용하며 그를 쫓던 범인을 따돌렸다. 관객들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냐"며 의아해 했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이폰의 '보이스 오버'(Voice over) 기능 때문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중 아이폰만 장착된 이 기능은 폰 화면에 표시된 영상과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준다.
1년 전 아이폰을 구입한 허태영(34'시각장애 1급) 씨는 '아이폰 예찬론자'다. 야구광인 그는 프로야구 앱을 다운 받아 실시간으로 야구 중계를 확인하고 사회와 정치, 경제 등 신문 기사도 꼼꼼히 '듣는다'. 또 '카카오톡'이나 트위터로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틈틈이 세상 소식을 확인한다. 아이폰의 보이스 오버가 없으면 불가능할 일이다. 허 씨는 "장애인들은 IT 기기를 사용할 때 장벽이 많아 정보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이폰을 사용한 뒤 내 삶이 훨씬 편리해졌다"며 "아이폰에는 세 번 연속해 터치하면 화면이 꺼지는 기능도 있어 중요한 문자가 올 때 요긴하게 쓰인다. 애플사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음성지원 안 되는'앱' 무용지물
하지만 아무리 보이스 오버 기능이 있어도 앱에서 음성 지원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만든 앱일수록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국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 '싸이월드'는 모바일 앱에 그래픽이 많고 이를 소리로 읽어주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앱은 대부분 메뉴에 음성을 지원해 시각장애인들도 담벼락에 올라온 글부터 답글을 확인할 수 있다. 대전맹학교 교사 문성준(42'시각장애 1급) 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겪은 소소한 불편함을 카카오톡에 건의해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문 씨는 "카카오톡 일부 메뉴가 소리로 읽히지 않아 이를 건의했더니 문제를 금방 해결해주더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앱 제작 업체들도 페이스북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모바일 세상에서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한 소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PC 기반의 인터넷이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을 고시했다. 장애인들도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착한 정책'인 셈이다. 행정안전부 정보문화과 김종명 사무관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1천5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지침"이라며 "현재 관련 법률이 없어 사기업에게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 배려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번 지침을 통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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