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치를 돈도 없다던 서구청이…

입력 2011-10-05 10:38:13

민간 단체에 추경할 돈은 있었나…보조금 1억 추경 편성 말썽

10'26 보궐선거(구청장) 비용이 없어 공무원 연금까지 체납(본지 9월 30일자 1면 보도)하는 대구 서구청이 최근 '사회단체 보조금' 명목으로 1억원가량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보조금이 특정 사회단체에 편중된데다 일부 단체는 직원 급여나 청소비로 충당하는 등 운영 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힘센 단체는 챙긴다

대구 서구청은 지난달 30일 심의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사회단체보조금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추경예산에서 확정한 1억원을 36개 단체에 추가로 지급하는 것을 심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1억원으로 책정된 보조금 중 8천589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서구청은 남은 예산이 예비비 2억2천만원에 불과하지만 몇몇 단체들의 항의로 '선심'을 쓰게 됐다. 서구청 관계자는"일부 사회단체가 지난해보다 보조금이 1억원 줄어 단체를 운영하기 힘들다고 지속적으로 항의해 왔다"며 "어쩔 수 없이 지난해 수준으로 보조금을 올린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구청장 보궐선거 비용 확보를 위해 공무원 연금까지 체납한 서구청이 특정 단체를 위해 혈세를 쏟아붓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서구청은 보궐선거 비용 11억원 충당을 위해 4분기 공무원연금 7억2천만원을 내년까지 체납하기로 했다. 내당동에 사는 주민 최모(39) 씨는"빠듯한 구청 살림에 사회단체의 항의가 있다고 해서 1억원을 선뜻 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단체보조금은 '눈먼 돈'

서구청의 보조금을 받는 단체 36곳 대부분이 새마을회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이른바 힘센'관변 단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는 곳은 서구 새마을회로 지난해 7천680만원, 올해는 5천836만원을 받는다. 바르게살기운동 서구협의회도 지난해 4천490만원을 받은데 이어 올해 3천412만원을 받는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서구지회가 올해 보조금 342만원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보조금이 특정 단체를 위해 쓰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회단체 보조금은 행사비나 회의비 등 운영비로 사용해야 하지만 일부 단체들은 직원 급여와 공과금을 내는데 사용하고 있다. A 단체는 보조금에서 매달 직원 급여를 주는데 200여만원을 썼고, B 단체는 사무실 정화조 청소를 하는데 11만원을 사용했다. C 단체는 상여금 명목으로 53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단체들은 수백 명의 회원을 무기로 구의원과 공무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단체보조금지원 심의위원회 소속 박진홍 서구의회 의원은 "보조금을 줄이면 다음 선거에서 당신을 뽑지 않겠다며 압박을 넣는 단체도 있다"며 "이 사업의 목적은 공익 단체의 자립 기반이 생길 때까지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인데 회원이 많고 힘이 센 단체가 보조금을 많이 가져가는 모순적인 구조로 사업이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