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류시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입력 2011-09-19 09:49:44

"돈만 주는 것은 수동적으로 만들어 일자리가 취약계층 자립 의지 심어\

"한 기관의 수장이기보다 '사회적기업 전도사'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습니다."

올 2월 출범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이 창업 및 회사 운영 과정에서 겪는 애로를 해결해주고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공공기관이다. 이곳의 초대 원장을 맡은 류시문 원장은 귀가 들리지 않고 다리 한쪽이 불편한 장애와 어릴 적부터 고통이 된 가난을 이겨낸 굳센 의지를 가진 이다.

1948년 경북 예천 산골에서 태어난 류 원장은 일곱 살 때 뒷산 무덤가에서 놀다가 비석이 쓰러지면서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다친 다리로 고생하던 중 감기와 결핵, 영양실조가 겹치면서 양쪽 고막마저 손상됐다. 잘 걷지도, 잘 듣지도 못하는 '중복장애'를 지닌 채 살아왔지만 사회적기업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그의 꿈에는 장애가 없다.

류 원장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초대 원장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건축물, 교량 및 터널의 안전진단을 하는 ㈜한맥도시개발을 운영하면서 얻은 작은 이익을 대구로얄오페라단(3천만원), 류관순기념사업회(1천만원) 등 수많은 단체를 위해 내놓았다. 특히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원을 기부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고액기부자 모임) 회원에 등극하는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류 원장은 "열심히 기부를 하던 중 그저 돈만 주는 기부는 취약계층의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뿐 그들에게 미래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류 원장은 지난해 7월 직접 한맥네트워크란 사회적기업을 만들었고 운영에 들어가자마자 정부의 부름을 받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회복지를 하라는 말에 처음 원장 자리를 고사했지만 정부 고위 관료의 부탁을 직접 받은 뒤 마음을 바꿨다. 그는 "진흥원의 초대 원장이 되면 대한민국에 '사회적기업'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욱 힘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직'과 '정의'가 가득한 진흥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16일 '마을기업의 예비 사회적기업 전환지원 권역별 집합 컨설팅'을 위해 대구를 찾은 류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사회적기업 활동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 앞장서야 하는데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대기업이 없는 대구 지역은 사회적기업 밀집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류 원장은 "장애와 가난을 이유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며 "나의 꿈은 '사회적기업 전도사 류시문'으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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