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대스와 세레모니…선수·관중과 함께 호흡
2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여자 5,000m 결선에서 선두를 질주한 케냐의 비비안 체루이요트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손을 번쩍 들자 '살비'가 어느새 나와 승리의 세레모니를 따라했다. 함께 트랙을 돌며 축하하던 살비는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이내 사라졌다.
이번 대회 마스코트 살비는 각 종목에서 우승한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다정하고 친숙한 친구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의 등을 두드려주거나 기쁨의 포옹을 나누기도 한다. 또 경기가 열릴 때는 스타디움 안에서, 경기가 없을 때에는 경기장 주변을 돌며 관중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살비는 장홍준(21'대구대), 강진혁(19'대경대), 신재원(26) 씨 등 모두 3명. 모두 명견 삽살개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에 지원한 자원봉사자들이다. 강 씨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는데 마침 살비 캐릭터 요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겉모습은 똑같지만 역할은 서로 다르다. 장 씨와 강 씨는 경기 시작에 앞서 트랙을 돌며 관중들의 흥을 돋우는 퍼포먼스를 한다. 반면 신 씨는 트랙 경기 우승자와 세레모니를 하고, 경기장 주변에서 전문 댄서다운 현란한 춤을 추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 씨는 "세계적 선수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난다는 게 굉장히 설레고 즐겁다"며 "특히 여자 1,500m 우승자인 미국의 제니퍼 배링어 심슨과 포옹을 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잠도 못 잤다"고 했다.
해서는 안 될 행동도 많다. 스타디움에서는 절대로 탈을 벗거나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살비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씨는 "너무 힘들어서 경기장 구석에서 탈을 벗고 쉬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는 통에 서둘러 다시 탈을 쓰기도 했다"고 털어놓았고, 강 씨는 "살비가 삽살개를 본뜬 캐릭터라 '왈왈' 개 짖는 소리만 내야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이들의 지나친 장난은 고통이다. 장 씨는 "어린 학생들이 살비를 보면 떼로 몰려와 머리를 때리거나 잡아당기고 발로 차기도 한다"며 "제발 살비를 때리지 말고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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