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 아파요, 때리지 마세요" 자원봉사자 3명 구슬땀

입력 2011-09-03 08:47:35

현란한 대스와 세레모니…선수·관중과 함께 호흡

대구스타디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구스타디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살비'는 겉보기와 달리 힘든 일도 많은 역할이다. 장홍준, 강진혁 씨가 살비 캐릭터 팀원인 전소연 씨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노경석기자

2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여자 5,000m 결선에서 선두를 질주한 케냐의 비비안 체루이요트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손을 번쩍 들자 '살비'가 어느새 나와 승리의 세레모니를 따라했다. 함께 트랙을 돌며 축하하던 살비는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이내 사라졌다.

이번 대회 마스코트 살비는 각 종목에서 우승한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다정하고 친숙한 친구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의 등을 두드려주거나 기쁨의 포옹을 나누기도 한다. 또 경기가 열릴 때는 스타디움 안에서, 경기가 없을 때에는 경기장 주변을 돌며 관중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살비는 장홍준(21'대구대), 강진혁(19'대경대), 신재원(26) 씨 등 모두 3명. 모두 명견 삽살개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에 지원한 자원봉사자들이다. 강 씨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는데 마침 살비 캐릭터 요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겉모습은 똑같지만 역할은 서로 다르다. 장 씨와 강 씨는 경기 시작에 앞서 트랙을 돌며 관중들의 흥을 돋우는 퍼포먼스를 한다. 반면 신 씨는 트랙 경기 우승자와 세레모니를 하고, 경기장 주변에서 전문 댄서다운 현란한 춤을 추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 씨는 "세계적 선수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난다는 게 굉장히 설레고 즐겁다"며 "특히 여자 1,500m 우승자인 미국의 제니퍼 배링어 심슨과 포옹을 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잠도 못 잤다"고 했다.

해서는 안 될 행동도 많다. 스타디움에서는 절대로 탈을 벗거나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살비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씨는 "너무 힘들어서 경기장 구석에서 탈을 벗고 쉬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는 통에 서둘러 다시 탈을 쓰기도 했다"고 털어놓았고, 강 씨는 "살비가 삽살개를 본뜬 캐릭터라 '왈왈' 개 짖는 소리만 내야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이들의 지나친 장난은 고통이다. 장 씨는 "어린 학생들이 살비를 보면 떼로 몰려와 머리를 때리거나 잡아당기고 발로 차기도 한다"며 "제발 살비를 때리지 말고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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