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잡은 '출발 실격' 가혹한 규정 바꾸나

입력 2011-08-30 10:15:09

28일 열린 남자 100m에서 부정 출발한 우사인 볼트의 실격으로, 부정 출발 실격 규정 완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100m에서 부정 출발하고 있는 볼트.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8일 열린 남자 100m에서 부정 출발한 우사인 볼트의 실격으로, 부정 출발 실격 규정 완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100m에서 부정 출발하고 있는 볼트.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 출발로 어이없는 실격을 당하면서 '부정 출발 1회-실격' 규정의 개정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날 볼트 실격 후 현재의 규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부정 출발 실격 규정 개정을 위해 이미 끝난 총회를 다시 개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 출발 규정'을 두고 육상인, 언론, 심지어 선수들까지 제각각 주장을 내놓으면서 갑론을박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유력 언론들이 '부정 출발 실격 규정 완화'에 대해 가장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언론들은 앞다퉈 '볼트를 실격시킨 부정 출발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당장 내년 런던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영국이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볼트가 다시 부정 출발해 실격할 경우 올림픽 성공 개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 규정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정 출발을 경쟁자의 사기를 꺾는 데 악용하는 경우가 적잖았고, 부정 출발을 피하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하면 경기력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것. 이번 대회 남자 100m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는 "별문제가 없다. 지금이 편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2위 월터 딕스(미국)도 "준결선 때도 부정 출발이 있었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갔다. 경기를 하다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며 "지금이 좋다. 전에 부정 출발 두 번 허용될 때 선수가 이를 악용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이 오히려 경기를 더 집중하게 만든다"며 동조했다. 이들은 이번 볼트의 실격은 선수 스스로 흥분했기 때문이지 규정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반면 3위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부정 출발 규정 변화를 10년 정도 지켜보고 경험해 본 선수의 입장으로는 부정 출발 한 번은 허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가 더욱 긴장해 좋은 경기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이 규정이 적용될 당시 볼트의 '유일한 라이벌' 타이슨 게이(미국)도 "볼트가 부정 출발하면 모두 화가 나서 그를 경주에 되돌려 놓으라고 할 것"이라며 "볼트가 실격하면 새 규정에 경종이 울리는 셈"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육상인 사이에도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박탈해 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현 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총회를 거쳐 압도적인 지지로 결정된 사항을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다가 '볼트' 한 사람 때문에 개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반대하는 주장이 팽팽하다. 실제 이 규정은 2009년 베를린 선수권대회 당시 IAAF 총회에서 찬성 97, 반대 55의 큰 차이로 개정됐고, 2010년 1월 1일부터 적용됐다.

'특정 선수가 두 번 연속 부정 출발했을 때만 실격시키던' 규정이 이어오다 2001년 에드먼턴 총회에서 '누구든 부정 출발을 하면 한 번 봐준 뒤 다음 부정 출발한 선수가 무조건 실격되는' 규정으로 개정돼 2003년부터 시행됐고, '부정 출발 바로 실격' 규정은 2009년 베를린 대회 때 총회에서 결정됐다. 이번 대구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는 IAAF 집행위원과 각 분과 위원만 선출했을 뿐 규정을 바꾸거나 새 규정을 도입하지는 않아 '부정 출발 한 번 실격' 규정은 유효한 상태다.

구본칠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경기국장은 "총회를 거쳐 결정됐고, 이번 총회에서 개정되지 않은 사항을 뒤늦게 개정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현재로선 부정 출발 실격 규정 완화를 위해 다시 총회를 연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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