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 교육 성패, 정책보다 교사 열정이 결정

입력 2011-08-30 07:37:49

"토'일요일 쉬시지 않으시고 무얼 하러 여기에 와 계십니까? 내일이 개학일이라면서요?"

얼마 전 팔공산에서 열린 디베이트 코치 연수장에 갔더니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대구광역시연수원 주관으로 20, 21일에 열린 15시간의 디베이트 연수에는 초'중등 교사와 학부모 등 41명이 참여했다.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의 저자 캐빈 리로부터 강의를 듣고 실습도 했다. 교사들이 4명씩 팀을 나누어 입안, 교차질의, 반박, 교차질의, 요약, 교차질의, 최후 초점 등의 순서로 토론도 했다. 모두 처음 하는 토론이라 다소 서툴고 어색했다. 저녁 시간에는 실제 토론대회에 상위권에 입상한 학생들의 토론 동영상을 보고 질의응답도 해보았다.

이번 연수는 디베이트 부족장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기획된 연수였다. 개학 전이고 주말이라 신청자가 없어 40명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신청 2시간 만에 정원을 넘어 신청 사이트를 닫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미처 연수를 신청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부득불 한 개 과정을 더 개설했다. 중고등학교 교사는 예정대로 주말에 연수를 하고, 초등학교 교사는 다음 주 중에 다시 연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정 때문에 주중에 참여하지 못하는 초등교사는 토'일요일에 중등교사와 함께 참여했다. 학부모 1명도 전과정에 참여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교사, 학부모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열정이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에 대해 칭찬했다. 특히, 한국의 교사는 국가 발전의 역군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가 부러워한 것은 아마 대한민국 교사들에게 존재하는 이러한 열정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수학교사들의 10% 정도는 '10×1/10=?'을 계산하지 못한다고 한다. 3분의 1 정도의 교사는 관련 자격이 없는 교사라고 한다. 그야말로 교사의 수준이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어 방학 중에는 임금을 주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교사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다고 한다. 경기가 좋으면 과학 교사들이 IT라든지 관련 업체로 이직을 한다고 한다. 이들 업체의 임금이 교사 임금보다 3, 4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부족하고 열정이 없다고 한다.

미국 고교생의 졸업률은 7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시시피의 경우 40%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조벽 교수의 '나는 대한민국 교사'라는 책에 보면 "한국 교실에는 아직도 학교 종이 땡땡 치지만, 미국의 교실에는 총소리가 팡팡 난다"고 한다. 당연히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이 낮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아동 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 NCLB법)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가 하위그룹 학생들의 연간 적정 향상도를 달성하지 못하면 1년차에는 학교 경고, 2년차에는 재경고, 3년차에는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고, 4년차에는 학교를 폐쇄한다고 한다.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하위 그룹 학생들의 연간 적정 향상도를 달성하지 못하는 학교가 많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거기에는 교사의 열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정책보다는 교사의 열정이다. 대한민국 교사의 열정을 더욱 지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교육의 미래다.

한 원 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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