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였던가. 그래서인지 나도 요즘 들어 부쩍 눈물이 많아진 거 같다. 뉴스를 봐도 눈물이 나고 다큐멘터리를 봐도 눈물이 나고 하물며 버라이어티쇼를 봐도 감동의 눈물이 흐르곤 한다. 때론 그저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 때문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사회통념상 남자들의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으로, 여자들의 눈물은 남자들을 무력화시키는 무기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눈물은 의학적으로는 '누액'이라고 부르며 눈알의 표면 및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무색의 투명한 체액으로 정의된다. 눈물의 대부분은 물이 98.5%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염분과 단백질, 무기질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생화학자 빌 프레이에 따르면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눈물을 흘리는 상황과 방식에 따라 '자극에 의한 눈물', '지속적인 눈물', '감정적인 눈물'로 나뉜다고 한다.
'자극에 의한 눈물'은 눈이 손상될 위협을 느낄 때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으로 양파와 같은 매운 음식 재료를 썰 때 나는 눈물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양파가 내뿜는 황산 등이 속눈썹이나 눈동자와 접촉하게 되면 눈물이 흘러나와 자극적인 물질을 희석시키고 씻어낸다. 그리고 '지속적인 눈물'은 눈동자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재미난 사실은 감정적인 눈물이라고 생각했던 악어의 눈물이 가장 합리적인 지속적인 눈물이라는 것이다. 악어의 눈물이란 악어가 먹이 사냥을 할 때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 이는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눈물은 눈동자를 깨끗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마지막으로 '감정적인 눈물'은 슬프거나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이며, 이러한 눈물은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배출시켜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치부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는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를 가로 막아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니, 슬플 때에는 충분히 눈물을 흘릴 필요가 있겠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눈물은 마음의 창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눈물이 적게 분비되면 우울증이나 안구건조증과 같이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반대로 눈물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눈물이 지나가는 길이 막혀서 생기는 비루관폐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여태까지 참아야만 했던 눈물에 대한 잠금장치를 해지하고, 눈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속시원하면서 당당하고 건강하게 우는 법을 배워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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