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주식투자 급증, 결국 가계대출 중단까지

입력 2011-08-19 10:06:16

대구은행, 가계대출 비율 낮아 유지 가능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중단에 들어가면서 가계 부채 위험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은행들이 가계 신규 대출을 중단키로 한 데는 '신용대출 급증'이 한몫했다.

최근 마이너스 대출 등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뒤흔들었다는 게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신용대출 급증의 원인이 된 것은 증시 폭락이다.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우리'국민'하나'신한 등 4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은 전월에 비해 7천538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1.2%로 올 들어 최고치다.

지난 4월 이후 증가세를 보였던 가계신용대출은 정부의 가계부채대책이 나오면서 지난달 0.4% 감소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약 3주 만에 증가율이 1%를 넘어섰다.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 가입자의 대출금이 주식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이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한도 내에서 대출이 쉽다는 점도 대출 증가의 요인이다.

이 같은 신용대출은 800조에 이르는 가계빚 폭탄의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가계부채의 주 원인으로 지적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증시 폭락 이후 신용대출이 급증하며 가계대출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7일 기준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0.1%(3625억)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신용대출 증가율이 1%를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증가 권고기준인 0.6%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결국 시중 은행들은 특단의 조치로 한시적이지만 대출 금지에 나섰다. 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대출을 제외한 신규 신용대출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한편 가계대출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달 10일 주식시장에서 개인 순매수액은 1조5천562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 개미들은 연일 사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증시는 개미 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 매도 물량을 막아내며 지수를 방어하는 모양세"라며 "주식시장이 다시 폭락하면 가계 부채가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대구은행의 가계대출은 그대로 유지된다.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초과해 가계대출을 해 대출 중단 사태를 불러왔지만 대구은행은 가계대출 비율을 정부 권고안만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측은 "대구은행의 가계대출 점유율은 31% 수준으로 시중은행의 점유율보다 높지 않아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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