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을 춤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정현종은 그걸 고통의 축제라고 썼다. 김영태는 춤과 결혼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산다는 것은 춤추고 있다는 것. 숨쉬는 것조차 춤이리. 사랑이여, 나는 네 안에 갇혀 오래 춤추고 싶다. 춤추다 지쳐 그대 가슴 가장 깊은 골짜기 어디쯤 내 몸 눕힐 수 있기를. 그것이 가장 오래고 고요한 춤이기를.
김선굉
맨발로 무대를 두두두두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말을 하는 홍신자의 춤을 본 적이 있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제 슬픔을 풀어내는 듯한 몰입, 혹은 신들림. 흐느끼고 때론 속삭이는 몸짓 따라가며 몸이 그토록 많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처음 보았어요. 춤에 대한 선입견을 바꿀 수 있었지요.
"흐르는 물 위에 사랑한다고 쓴다. 강이 몸을 비틀어 사랑한다고 쓰며 흘러가고 있다." 이것은 시인의 시집 날개에 있는 글이에요. 물 위에 떠 흘러가는 것들의 꼬리가 보이는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여기서 흐르는 물은 바로 물의 춤이겠군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춤추고 싶다는 것.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것. 그것도 지치면 그대 가슴 깊은 곳에 마지막 몸을 누이고 싶다는 것. 그 최후야말로 '가장 오래고 고요한 춤'일 거라는 것. 움직임이 춤이지만 정지된 순간도 춤이라는 이 기막힌 말.
무대 위에서 춤추다 마지막 쓰러지는 배역을 하던 배우가 영영 일어나지 않았던 영화도 있었지요. 그 배우는 알았을까요? 그가 원하지 않았던 현실, 눈감고 싶은 현실을요. 그러나 흐르는 강물 위에 거듭 쓰겠어요. 사람이여, 우리의 무대는 '고통의 축제'라고. 영원히 공연 중이라고. 그러니 아직 불을 끄지는 마세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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