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의 의료백과] 정신건강의학과로 불러주세요

입력 2011-08-18 14:00:56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정신과'가 시대 흐름에 맞게 '정신건강의학과'로 택호를 바꿨다.

정신과라는 이름이 사회적 (부정적)편견으로 인해 숨기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명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감기 같은 우울증,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데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물론 이름 하나 바꿨다고 사회적 편견이 쉽게 사라지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인식을 바꾸는 데는 '학습'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세월'의 힘도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전환점은 필요하다. 그 출발이 '개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전 세계 인류의 10대 보건문제 중 절반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정신건강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건강의 문제가 WHO의 예측보다 더 심각한 편이다. 오죽하면 1996년 미국정신의학회가 '홧병'(hwa-byung)을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정의를 했을까?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속성장을 이룬 화려한 외양 뒤에는 병든 개인들이 있다.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대로, 대열에서 탈락된 이들은 그들대로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자살률은 몇 년째 OECD 국가들 중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알코올 소비량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행복도는 세계 50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에 대해 편견을 갖고 무지했다.

정신질환은 극소수만 걸리며, 치료도 잘 안 되는 질환으로 인식돼 왔다. 이런 통념은 사실과 젼혀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국내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2004년 193만 명 ▷2006년 225만 명 ▷2008년 256만 명으로 연평균 7.5%씩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2006년 보건복지부의 '전국 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평생 한 번은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의 병도 육체의 병과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몸에 감기부터 암까지 다양한 질병이 생기듯 마음(정신)에도 가벼운 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나타날 수 있다. 정신질환은 암 못지않게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신질환은 치료보다 자신의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란 잘못된 인식과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될 수 있는 질환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정신질환이'치료가 잘 안되는 질환'이란 오명을 달게 된 것이다. 이번 개명을 계기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병원 앞에서 망설이지 않기를 바란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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