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기업실적 하반기도 어둡다

입력 2011-08-18 10:01:57

분기 이익 전년 대비 감소세…대구경북 기업 그나마 선방

일본 대지진과 원화 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일본 대지진과 원화 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다.

일본 대지진과 원화 강세, 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이 2분기부터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변경돼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국내 기업들의 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대구경북 상장사들의 수익성은 전국적인 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및 철강 제품 등의 수출 호조에 따른 철강, 자동차 부품, 기계장비 업종과 비철금속 업종의 영업실적 호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악화된 상장사 수익성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법인 469개사의 올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은 100조3천8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7%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조8천60억원으로 2.23% 줄었다. 순이익은 4조1천901억원으로 4.96% 줄었다. 매출이 두 자릿수 늘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2분기만 보면 상장 법인들의 실적 악화 폭은 더 크다.

올 1분기만 해도 상장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 영업이익은 16.9% 증가했다. 올 2분기 상장사 매출은 작년보다 9.38% 늘어난 50조9천98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9천249억원으로 7.72% 줄었고, 순이익은 1조9천718억원으로 10.53% 급감했다.

수익성 지표들도 악화됐다.

상반기 매출액 영업 이익률은 5.78%로 작년 동기 대비 0.83% 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액 순이익률도 4.17%로 같은 기간 0.74% 포인트 내렸다. 국내 상장법인들은 상반기 1천원어치 상품을 팔아 41.7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철강금속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97% 늘었다. 섬유의복(25.60%), 유통(17.70%)도 순이익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종이목재는 펄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7.56% 감소했다. 운수창고업종(-35.29%), 서비스(-30.84%)도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830곳의 상반기 실적도 수익성이 악화되긴 마찬가지다. 상반기 매출은 44조1천412억원으로 9.95% 늘었지만 순이익은 1조9천313억원으로 5.75% 줄었다. 영업이익도 2조6천231억원으로 3.67% 감소했다.

▶대구경북 법인은 '선방'

12월 결산 대구경북 상장사의 경우 매출액은 9조5천481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4%(1조2천732억원)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4천471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5.7%(915억원)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5천483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7%(-149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상위 주요 기업들을 보면 포스코켐텍(코스닥)이 지난해 3천270억원에서 올해 5천742억원을 기록해 75.6%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외에도 웅진케미칼(유가증권) 5천315억원(20.9% 증가), 티케이케미칼(코스닥) 5천167억원(20.5% 증가), 대성에너지(유가증권) 4천837억원(10.6% 증가) 등의 실적을 나타냈다.

순이익 상위 주요 기업들로는 역시 포스코켐텍이 439억원을 기록해 대구경북 상장사 중 수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비해 68.4% 증가한 수치다. 뒤를 이어 OCI머티리얼즈가 362억원, 남선알미늄과 화신이 각각 281억원, 동일산업 243억원 등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남선알미늄은 지난해 상반기 5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올해는 3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다.

▶경기둔화 우려로 하반기도 '걱정'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증권사들이 내놓는 3분기 기업 실적 전망치가 이달 들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시장 평균 예상치)는 지난달 말 4조1천674억원이었으나 지난주에는 3조8천400억원으로 7.86% 낮아졌다.

업종별로는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크게 하향조정됐다. 유가 하락 전망에 따라 정유 업종의 실적 예상치도 내려갔다.

따라서 국내 기업 실적이 2분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전망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될 경우 기업 실적 전망치도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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