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화점 내 문화공간, 폐쇄할 수밖에 없나

입력 2011-08-18 10:59:40

동아쇼핑 내의 동아미술관이 이달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1984년 동아쇼핑 개점과 함께 문을 연 이후 28년 만이다. 이 자리에는 식당이 들어선다.

한때 대구는 백화점이 문화계를 선도한다고 할 만큼 백화점 내에 문화공간이 많았다. 대구백화점 본점과 별관에는 소극장과 미술관, 아동극 전용 극장이 있었고, 동아쇼핑에는 미술관과 아트홀(스타홀), 비둘기홀이 있었다. 이 공간은 지금은 대구 문화계의 중진이 된 수많은 신진 작가와 무용가, 연극인들을 키운 산실이 됐다. 또 스타홀은 언더그라운드 연예인의 주 무대가 돼 한영애, 엄인호와 신촌블루스 등이 공연하기도 했다.

현재 이들 공간은 거의 사라졌다. 대백프라자의 개장과 함께 옮긴 미술관과 소극장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동아백화점은 산재한 지산'강북점에 소극장이 있다. 비둘기홀은 2000년 백화점 매장으로 바뀌었고, 아트홀은 아동극 전용 극장이 됐다. 대부분 경제 논리에 밀려 수익률이 높은 매장이나 식당가로 바뀐 것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2002, 2004년에 각각 개장한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에는 문화시설이 아예 배제됐다. 19일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에는 미술관만 들어선다. 반면 양 백화점은 수익성이 높은 멀티 플렉스 영화관을 들여놓았다.

문화공간을 경영 논리에 따라 폐쇄하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구의 백화점은 인구비에 따른 단위 면적당 매출이 전국 최고일 정도로 호황이다. 대구'동아백화점이 지역 기업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았기에 이익의 지역 환원 차원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했다. 또 이들 공간은 백화점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역과 문화를 배려하는 백화점 측의 사고 전환을 기대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