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세요, 행복합니다" 톤즈의 향기

입력 2011-08-06 07:49:20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이태석 신부 이야기/우광호 지음/

영화'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고 이태석 요한 신부. 이 책은 아프리카에 희망을 심은 성자, 이태석 신부에 대한 최초의 평전이자 그의 아름다운 삶이 남긴 사랑과 나눔, 행복의 이야기다. 이 책은 더불어 아름다운 사람이 걸어간 길을 되짚는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 책이 이태석 신부님의 향기를 세상에 전하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나눔의 진리를 터득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보화를 발견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추천의 글을 써주었다.

이태석 신부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4월, KBS의 한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이태석 신부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3개월 후의 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극장판으로 다시 만들어져 상영되었고, 이후 '이태석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태석은 피난민촌이었던 부산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 혼자가 된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열 남매를 키웠다. 이태석은 열 남매 가운데 아홉째였다. 그럼에도 의사로서 일신의 영달을 뒤로 하고 성직자의 길을 택한 이태석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가기로 했다.

그가 찾은 곳은 오랜 전쟁과 극도의 궁핍으로 인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 거의 없는 땅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였다.

그는 말라리아와 불볕더위 등 최악의 환경과 싸웠다. 하루에 200여 명의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책이 없고 전기가 없어 달빛 아래에서 너덜너덜한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지적 갈증을 달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었다. 스스로도 수학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태석 신부와 톤즈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황폐한 땅에 사랑이 넘치는 낙원을 건설하고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의 친구가 되었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그것은 사랑이다"라는 믿음에 대한 실천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거의 없는 열악한 환경과 매일매일 거듭된 강행군을 생각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는 수단 톤즈에서 매일같이 기적을 체험하며 진정한 행복을 발견했다. 살과 뼈가 문드러지는 저주스러운 병을 안고 살면서도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아는 한센병 환자들을 통해서, 오랜 전쟁으로 살기가 돌던 아이들의 눈빛이 차츰 맑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는 하느님의 사랑이 그들 안에 머무는 것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야만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는지 깨닫는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 아이들이 제게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눈빛만 보면 부끄러워지나 봅니다. 나누면서도 제가 더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제 것을 나누어주었는데도 아무것도 줄어들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나눌 것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나눔은 참 신기한 요술 항아리입니다. 게다가 제 마음에 기쁨과 행복까지 선물로 주니 아무래도 이 나눔은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비밀열쇠인 것만 같습니다." 이태석 신부가 남긴 말이다.

6월 28일, 행정안전부는 일반 국민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여자로 고 이태석 신부를 추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훈장은 올해 처음 시행된 국민추천포상제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직접 훈장 수여자를 선출한 케이스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태석 신부가 만든 브라스 밴드가 이태석 신부의 영정 사진을 들고 톤즈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기골이 장대하고 용맹하기로 이름난 톤즈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238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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