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평창 신화의 흥분이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국제적인 이벤트의 개최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분석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국제행사 개최를 중요한 지역발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5년간 매년 1개 이상의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된다. 8월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앞으로 6년간 매년 개최되는 영암의 세계자동차경주대회(F1), 2012년의 여수세계박람회, 2014년의 인천아시안경기대회,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경기 등이 그것이다.
과연 국제적인 이벤트 행사는 국가나 지역에 엄청난 발전과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일까? 어떤 부잣집의 살림을 맡은 청지기가 큰 잔치를 벌이는 계획을 세웠다고 치자. 재산을 가진 주인에게는 잔치를 벌이면 자신의 이름을 크게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돈도 벌고 자식들의 일자리도 생긴다고 설득해야 잔치비용을 댈 것이다. 반면, 손님들은 엄청난 시설과 호화로운 행사, 부담없는 비용을 약속해야 많이 찾아올 것이다. 부자가 돈도 벌고 손님들도 만족할 수 있는 잔치가 가능할까? 다행히 이 부잣집이 수시로 잔치를 벌일 수 있는 큰 행사장과 볼거리를 많이 갖추고 있다면 잔치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 도로를 새로 내고 숙소를 새로 짓느라 살림이 거덜 날 지도 모른다. 만일 여러 동네의 부자들이 큰 잔치를 벌이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면 어떻게 될까? 서로 더 좋은 시설과 화려한 행사를 약속하며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일찍이 대규모 이벤트에 대한 많은 연구에서도 대규모 이벤트가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우선, 대규모 이벤트는 본질적으로 일회성 행사이며 참석한 손님은 일시적인 방문객일 뿐이다. 대규모 시설이 건설되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유치경쟁을 통해 선정된 지역은 이벤트 개최지로서 경쟁력을 가진 지역이지 지역발전 효과가 가장 큰 지역이 아니다. 때문에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지역발전 효과는 거의 없는 지역이 유치후보로 결정되고 최종적으로 유치지역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셋째, 경쟁적인 선정 절차 때문에 국제적인 이벤트의 지역발전 효과가 객관적으로 평가되지 못한다. 국민적인 동의를 확보하거나 유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파급효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집에서 집안의 결혼잔치나 가을 운동회가 예정되어 있으면 가슴이 뛰고 밤잠을 못 이루던 기억이 난다. 매일 잔치를 벌였으면, 매일 운동회를 하고 소풍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땐 조용히 혼수비용과 행사비, 애들 용돈을 걱정하던 어머님의 한숨소리를 눈치채지 못했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국제적인 이벤트를 유치하여 막대한 기반시설 설치와 행사비용을 요구할 때 나라살림이 거덜 나지 않도록 누군가는 어머니 같이 살림을 챙겨야 한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연구기관은 파급효과를 부풀리거나 정당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국제이벤트 개최는 천문학적인 생산과 고용 유발효과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킨다. 유발효과는 투자금에 유발계수를 곱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순히 땅을 팠다가 메워도 투자금에 비례하는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창출효과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아무도 이 돈을 다른 데 투자했을 때의 파급효과와 비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잔치를 자주 벌이는 부잣집을 부러워는 할지언정 존경하지 않듯, 국제적인 이벤트를 많이 개최한다고 도시나 국가의 품격이 반드시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국제적인 이벤트가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지역의 문화'역사와 연관성 있는 이벤트를 유치해야 한다. 이미 유치된 행사라면 이벤트를 통해 주민들의 의식과 산업구조가 획기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지역발전으로 이어진다. 대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시민들이 자동차보다 걷기를 더 좋아하는 건강도시를 지향하고, 섬유산업을 스포츠 의류산업의 발전으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변창흠(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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