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문화회관 열린가곡연구회 가곡교실 후끈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임 오지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렸네.'
25일 오후 대구 서구문화회관 2층 대강당 옆 작은 공간. 가곡 '기다리는 마음' 합창소리가 청량하게 울려퍼졌다. 서구문화회관 열린가곡연구회(회장 이병창'이경자) 회원 40여 명은 이날 가곡교실에 나와 잊혀가는 우리 가곡을 배우는 중이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지휘자와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열정은 폭염이 무색할 정도였다.
열린가곡연구회는 2009년 3월 현재 여성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자(67) 씨가 주도해 가곡을 사랑하고 또 보급하기 위해 20여 명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현재 회원은 70여 명으로, 30대 젊은이에서 80대 어르신까지 가곡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였다. 이경자 회장은 2004년 대구시 향토가곡 경연대회 대상과 2009년 전국 성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대단한 실력파다.
가곡교실은 매주 월요일(오후 3~5시)과 목요일(오후 7~9시) 두 차례 열리고 합창'개인별 지도를 병행한다. 열린가곡연구회는 연말에 배운 노래를 선보이는 가곡정기발표회를 갖고 작은음악회도 연중 2, 3번 열고 있다.
이경자 회장은 "가곡은 우리네 영혼을 울리는 하나의 서정적 시입니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맑아지고 생활에도 활력이 넘친다"고 가곡예찬론을 폈다.
열린가곡연구회 회원들의 이력은 다양하다. 20세부터 가곡을 불러왔다는 '왕언니' 김계영(80) 할머니는 대구 북구 팔달중학교 근처에 살면서 버스를 타고 가요교실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또 가수인 유태영 씨와 국전 참여 화가인 이태형'오순덕 씨도 있다. 대구시 장학사 출신인 신동열 씨는 가곡 테이프까지 냈다.
교회 찬송가를 20여 년 불러왔다는 김태준(70'성서병원 응급실 과장) 씨는 수업 시작 전 색소폰 연주로 분위기를 띄운다. 가곡을 60여 년 불러온 이화여대 출신 고형자(69) 씨는 1992년 대구시 달구벌축제 주부가곡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권성범(53) 부회장은 "우리 가곡이 현대의 대중가요에 밀려 잊혀가는 것이 안타깝다. 서정성'향토성'민족성이 깃든 우리 가곡도 이탈리아, 독일 가곡처럼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곡교실 강사인 이혁우(56) 동국대 외래교수는 "가곡은 하나의 시로, 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잘 부를 수 있다. 회원들 모두 소질이 뛰어나고 열정도 대단해 가곡 습득이 빠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구대교구 가톨릭음악인협회장, 햇빛합창단 지휘자, 대덕앙상블 지휘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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