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한번 뒤집어 볼까" 예술가들의 유쾌한 반란

입력 2011-07-26 07:05:34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움직이는 표면들'전

김범 작
김범 작 '뉴스'
노순택 작
노순택 작 '얄읏한 공
지아드 안타르 작
지아드 안타르 작 '감자농장'

우리 앞에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이 이미지들을 비틀어 예술가의 유쾌한 상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있다.

'움직이는 표면들:경험, 시각 그리고 미디어'전이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미디어, 사진, 설치 등의 작품을 통해 단숨에 예술가들의 톡톡 튀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뉴스. 김범은 뉴스 영상물을 재미있게 재편집해 보여준다. 근엄한 표정의 아나운서는 중요한 사건과 이슈를 전달하는 대신 "비가 와도 젖지 않고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한다. 미디어에 의해 결정되는 가치를 전복시키며 예술가가 재미있는 상상을 제시한다. '우울증 치료용 전기충격장치 배선도' 등 작가의 대안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를 예술가들이 가상으로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김홍석, 중국의 첸 샤오지옹, 일본의 오자와 츠요시는 프로젝트 협력그룹 시징맨을 결성해 존재하지 않는 도시 서경(西京)의 역사와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상상한다. 이 도시는 매년 여름 노동자가 땀을 닦은 수건을 말려, 그 높이에 따라 상을 수여하고 시징 대통령은 각기 다른 크기의 컵에 맥주를 따르는 식으로 분배를 고민한다. 작가들은 북경올림픽 기간 동안 서경올림픽을 연다. 이 올림픽은 경쟁 대신 웃음과 단순함을 경기의 목표로 삼는다. 담배꽁초 골대에 던져 넣기, 간질이기 등의 경기를 작가들이 직접 진행하고, 이에 대한 결과로 피망 메달을 선사한다. 시징맨의 상상력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며 유쾌한 웃음을 준다.

젊은 일본 작가 이즈미 타로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양말 한 짝'을 사람들에게 내밀며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를 인터뷰했다. 그 후 그 이미지들을 모아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상과 오브제를 활용해 색다르고 유쾌한 상상을 보여준다. 작가가 촬영한 영상과 오브제를 카메라로 비추어 함께 배치하자, 등장 인물이 배수관을 타고 기어올라가는 모습, 도시 속을 헤엄쳐가는 모습 등으로 비쳐진다. 젊은 예술가가 던지는 아이디어는 유쾌하다.

조덕현은 거대담론 속에 무시되거나 삭제되었던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0여 개의 스피커를 통해 여성 개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사진 작품들도 전시된다. 노순택의 사진 연작 '얄읏한 공'은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의 레이저 돔을 포착, 그 장소에서 작동하고 있는 다양한 맥락을 짚어낸다. 사진에 대한, 사회에 대한 맥락을 재해석해볼 수 있다. 미키 크라츠만의 사진은 테러와 분쟁에 의해 위협받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언제든 표적살인 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긴장감 있게 비판적으로 담아낸다.

그 밖에도 아드리아 줄리아의 "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노트'는 1982년 할리우드 영화 '오 인천'을 두고 파편화된 이야기를 재구성해 나간다. 자아드 안타르의 '감자농장'은 레바논의 감자농장을 보여주면서 지역적 정체성과 이에 개입하는 글로벌 경제의 상업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열리며 성인 3천원, 학생'어린이 2천원.

054)745-707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