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보다 비싸진 돼지고기 가격
20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한 식당. 식당 안쪽 냉장고를 열자 수십 덩이의 돼지고기가 보관돼 있었다. 단속반이 고기를 살펴보더니 "지방층이 두꺼운데다 색깔이 누런색을 띠는 걸 보니 확실히 칠레산 돼지 목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게 벽면에는 버젓이 '돼지고기(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가게 주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산을 팔았었다"며 "올 들어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2배로 뛰어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탈바꿈하는 '국내산 짝퉁 돼지고기'가 늘고 있다.
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았던 과거와 달리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6월 대구경북지역 업체 중 돼지고기 원산지 표시를 속여 적발된 곳은 69건으로 쇠고기의 32건을 넘어섰다.
위반 업체들은 주로 칠레, 덴마크 등지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팔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단속을 나서면 가격이 비싼 쇠고기의 원산지를 속이는 업체의 수가 돼지고기 원산지 위반 업체를 웃돌았다. 갑작스럽게 올 들어 돼지고지 원산지 위반 업체 수가 쇠고기를 넘어선 것은 돼지고기 가격이 한우 값을 넘어설 정도의 '가격역전'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돼지고기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은 구제역 이후다.
구제역 당시 전체 돼지의 30%에 해당하는 330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부족해졌고 가격이 급등했다. 구제역 발생 직후인 지난해 12월 1㎏당 4천761원이었던 돼지고기 1+등급은 올 6월에는 8천208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한우는 상대적으로 구제역 피해가 적었고 최근 2, 3년 사이에 한우 사육 규모가 크게 늘면서 값이 오히려 떨어졌다. 한우 3등급 1㎏당 가격은 지난해 12월 9천768원에서 올 6월 7천141원으로 돼지고기에 가격 역전을 당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돼지고기 수입이 21만9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늘었다. 수입산 돼지고기와 국내산은 보통 2배에서 3배까지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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