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만이 살 길이다] <1>거꾸로 가는 행보

입력 2011-07-08 09:53:34

충청·부울경 광역경제권 박차…대구경북은 추진주체 없어

2006년 대구경북 경제통합추진위원회 사무국 출범 당시 악수하고 있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지역경제계는 경제통합 논의가 가장 빨랐던 대구경북이 언제부턴가 가장 뒤처지고 있다며 통합 주체로서 시
2006년 대구경북 경제통합추진위원회 사무국 출범 당시 악수하고 있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지역경제계는 경제통합 논의가 가장 빨랐던 대구경북이 언제부턴가 가장 뒤처지고 있다며 통합 주체로서 시'도지사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2006년 3월 20일.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경제통합 논의가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조해녕 전 대구시장과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가 경제통합 양해각서(MOU)에 전격 서명했다. 그해 민선 4기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김범일 시장과 김관용 도지사 역시 경제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11월 대구경북 경제통합추진위원회 사무국이 공식 출범했다.

그후 5년, 대구경북 경제통합은 과연 순항하고 있을까. 순항은 커녕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우려다. 수도권에 맞서 대전·충천 및 부(산)·울(산)·경남 광역경제권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대구경북 경제통합은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대구경북 광역경제권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지방 발전을 위해 5+2 광역경제권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국가간·지역간 경제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전국을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과 대경권, 동남권 등 인구 500만 규모의 광역경제권으로 나누고, 천혜의 자원을 가진 강원과 제주도는 따로 분리해 국가 발전을 이룬다는 계획이었다.

3년째를 맞는 광역경제권 정책은 역설적으로 대구경북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수도권은 첨단업종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하며 대(大)수도론을 내세우고 있고, 수도권 대항마로 나선 대전·충청 및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광역 경제권 역시 결속을 다지고 있지만 유독 대구경북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경우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거점지구로 대전 신동·둔곡지구가 선정되면서 제2수도권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5월 과학벨트 선정 직후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는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에 따른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 시·도지사 공동성명서'를 통해 "과학벨트 유치를 계기로 충청권 3개 시도의 공조 정신을 이어가겠다"며"세종시-청주공항-대덕특구를 연계해 충청권 광역 경제권의 상생발전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등 3개 시·도는 '동남권 광역경제발전'을 위한 2020년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로드맵 실행에 들어갔다. 지난해말 경남도청에서 열린 동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회의에서 결집한 김두관 경남지사,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은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은 동남권밖에 없다"고 천명했다. 이후'부울경'은 광역경제권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부울경 3개 시·도시자는 정치적 이념을 넘어 수도권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인구 800만 단일 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반면 신공항, 과학벨트 유치전에서 연이어 좌절한 대구경북은 경북도청 이전과 함께 결속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동, 영주, 문경, 상주, 김천, 구미 등 경북 북부권의 수도권 흡수가 가속화되고, 여기에 부산과 울산의 영향력이 경주, 포항 등 남동해 도시들을 상대로 점차 커져 가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북 북부와 남동해 도시들이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에서 이탈하면 인구 규모가 350만~400만까지 축소돼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다간 대구와 경북 모두 공멸할 지경이지만 시와 도 모두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꾸로가는 대구경북 경제통합

지역 통합 논의는 2006년 1월 당시 경북도지사였던 이의근 전 지사가 대구경북 공동발전을 위한 두 지역 경제통합 필요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구미 LG필립스LCD의 경기 파주 이전에 따른 위기 의식과 더불어 대구와 경북은 원래 한 뿌리라는 인식이 보태진 결과다.

이후 대구경북연구원은 지역경제통합 로드맵을 발표했고, 대구경북 경제통합포럼과 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시·도의회는 2007년 대구경북 통합추진 조례안을 심의·의결해 법적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조례안은 두 자치단체의 경제통합으로 발생하는 성과를 낙후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 우선 배분해 시·도지역 전체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경제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을 채택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대구경북경제통합 추진위원회의 6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구상 발표에 따라 대경권경제발전위원회가 통합 업무를 총괄하면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추진되는 광역경제권 계획과 별도로, 실질적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했으나, 시와 도 모두 무관심했다.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단, R&D특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 가시적 성과가 있었지만 실질적 대구경북 경제통합은 점점 후퇴했다.

그 결과 2007년 대구경북통합추진위원회가 공동과제로 제시했던 40개 프로젝트 가운데 29개 사업이 여태 표류하고 있다. 29개 표류 과제 가운데 가장 지지부진한 사업은 '외국인 투자 유치 공동 사업'과 '대구경북통합산업단지 조성 협력 사업'. 시와 도 모두 개별 기업 유치에 매달리면서 협력은 커녕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SK케미칼 백신공장이다. 지난해말 SK케미칼 백신공장의 안동 투자 결정 직후 대구시와 경북도는 불협화음에 빠졌다. 대구시는 1년 넘게 공들인 SK케미칼을 경북도가 '빼앗아 갔다'고 불쾌해 했다. 반면 경북도는 "공정하게 기업 유치전에 나서 획득한 성과'라고 맞섰다.

이 사례는 시와 도가 말로만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외치며 실제로는 사전 협의나 조율 과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업 유치 효과를 극대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함께 고민하지 못하고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결과다.

앞서 대구시는 일방적으로 경북도청 터(대구 북구 산격동) 가 포함된 대구연구개발(R&D)특구 구역 지정계획을 마련했지만 경북도가 적극 반대해 논란이 일었고, 경북도의회는 2011년도 대구경북연구원 지원예산의 전액 삭감을 관철시켜 시와 도의 대립구도를 야기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위한 제언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대구경북 경제통합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측은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출범 이후 책임과 권한을 가진 추진 주체를 확보하지 못해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구경북 경제통합 공동과제를 면밀히 검토해 지지부진하거나 실적이 없는 사업과 신규 과제를 새로 발굴해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계에서 대구경북 경제 통합을 위한 과제로 실질적 통합 주체로써 시·도 지사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훈 교수는 "정부의 광역경제권 계획에 따라 대경권 선도산업으로 IT융복합과 그린에너지가 선정됐지만 대구와 경북이 따로 놀고 있다. 대구경북이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역할 분담에 실패한 결과"라며 "시장과 도지사부터 위기 의식을 갖고 미래 발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역시 "대구경북 경제통합 논의 이후 몇몇 가시적 성과가 있었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없다. 낙제점 수준"이라며 "시·도 공무원의 이해관계가 얽혀 행정구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지역 사회 전체, 특히 민간의 역량이 발전해야 한다. 경제통합을 넘어 광역특별자치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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