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28.독자가 보낸 사연(13) 여보, 당신이 있어 행복해

입력 2011-07-07 07:45:39

행복은
"꿈을 꾸세요 거짓말처럼 행복해져요" 꽤 오래 된 사진입니다. 35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추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버드나무에 매달린 두 아이는 어느덧 40대로 접어들었겠죠. 아마 사진 속 두 아이보다 더 큰 자녀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한 세대는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세기가 달라져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어른들은 꿈을 잃어간다는 거죠.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때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행복해지고 싶다면 꿈을 꾸면 됩니다. 마음 속에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그리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거짓말처럼 행복해집니다. 사진=최두석(제7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특선) 글=김수용기자
행복은 '아름다운 정원'이다 모든 아름다운 정원의 이면에는 씨 뿌리기, 비료 주기, 잡초와의 끝없는 싸움 등 엄청난 노동과 땀이 숨어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찾아 오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기까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그 속에 담겨 있다. 또한 아무리 잘 가꿔놓은 정원이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금세 잡초가 무성해진다. 마찬가지로 행복은 자신이 가꾸기 나름이다. 글/일러스트 = 고민석 komindol@msnet.co.kr

일상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반대로 가장 기운날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과 가장 기운나게 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같은 사람입니다. 바로 곁에 있는 남편과 아내입니다.

누구보다 가깝고 친해서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한다고 믿었는데, 그 사람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할 때면 그 아픔은 몇십 배나 더 커집니다. 반대로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그 사람이 건네는 칭찬 한마디는 만병통치약 같은 효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늘 불만을 터뜨리고 아웅다웅 다퉈도 결국 쓸데없이 칼로 물 베느라 헛힘만 쓴 셈이 됩니다.

문화카페 봄날의 대표인 주부 김수애 씨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김 대표는 대구학생문화센터 독서치료 성인반 강사이자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전임강사, 한국심성교육개발원 독서치료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행복 이야기들을 e-메일로 보내주세요. '행복을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공간입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당신이 있어서 그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을 올 4월에야 실천하게 됐다. 대구 지산동 동네 구석에 조그만 카페 하나를 연 것이다. 언젠가부터 동네 어머니들의 사랑방 같은 카페를 하고 싶다고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녔다. 나와 가까운 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을 남편만 몰랐나 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에게 카페 얘기를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나 보다.

우리 부부는 대화를 잘 나누는 편이니 아마 다른 할 얘기가 더 많았었겠지 한다. 이런 연유로 나의 돌발행동에 영 못마땅해하며 어리둥절해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예쁜 카페 운영하기를 두 달이 조금 지났다.

며칠 전에는 퇴근 후 둘이 텔레비전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카페에서 일어난 소소한 얘기들을 하게 됐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과 나눈 얘기, 특이한 손님 얘기, 가끔은 나를 당황하게 하는 손님 얘기까지 말이다. 손에는 신문을 들고 내 얘기를 건성건성 듣던 남편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한다.

"그래, 당신이 그렇지. 당당하기로 누가 따라올 사람이 있을라고. 구석진 동네에 조그만 카페를 차려 놓고 운영하는 아줌마치고는 많이 당당하지."

"그럼 내가 손님 눈치를 봐야 하는 건가? 왜 그래야 하지?"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라 당신의 자유스러운 태도가 그렇게 보일 거라고."

"내가 손님에게 커피를 얻어 마시는 것도 아니고, 밥을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좋은 커피 맛있게 내려 드리고 음식 맛있게 해서 친절로 대접하는데 당당하지 못할 것도 없잖아? 거기다 함빡 미소까지 덤으로 드리는데."

도대체 나의 어떤 태도가 그렇게 당당하게 여겨지는 걸까? 세상 당당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편이 뭔가 영 손해를 보고 있다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을 흐리니 마음이 영 찜찜했다.

오늘은 성서 쪽으로 강의를 가는 날이다. 하루를 쪼개어 사는 나로서는 느긋한 산책이 어려워, 좀 더 일찍 길을 나서 수변공원 가까이 사는 후배를 불러내 나와 함께 수변공원을 걸어주기를 청했다. 무더위가 밀려오는 기운이 이른 아침부터 느껴졌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쪼개어 사는 후배는 몸살이 단단히 난 모양으로 방금 감은 머리카락을 말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나와 나의 수다에 귀 기울여준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고마운 동생이다. 우리는 호숫가를 거닐며 사는 얘기를 주고받다가 남편의 그 찜찜한 눈빛 얘기로 넘어갔다.

"형부는 나의 자유로운 사고와 명랑한 태도가 왜 불만일까?"

"그게 불만은 아니겠지. 그게 불만이면 지금껏 언니의 그 성향을 지키며 살게 했을까?"

"그도 그렇구나, 그럼 나의 당당함이 왜 그렇게 거슬리는 거지?"

"뭔가 언니가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겠지."

강의 시간에 쫓기어 대화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남편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뭔지 궁금하게 여기며 운전을 하는데 앞차가 급정거를 한다. 놀라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아!' 하며 바보 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원하는 대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나의 당당한 태도를 칭찬도 비난도 아닌 어색한 지적으로 얼버무리는 남편에게 말해줄 것이다. '여보, 나의 당당함은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있어서 그래!'

김수애(문화카페 봄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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