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성의 미국책읽기] 270을 향한 레이스(대런 쇼 저 /2006/ 시카고대학 출판부 펴

입력 2011-06-30 07:22:53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공학

The Race to 270: The Electoral College and the Campaign Strategies of 2000 and 2004

수주째 계속되는 선거 캠페인을 밤늦게 끝낸 후보가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반갑게 맞이해줄 부인이 보이지 않았다. 부인은 안방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필경 많이 운 듯 했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부인은 다짜고짜 선거를 당장 그만두라고 말했다. 황당했다. 그토록 염원했던 고지가 바로 눈앞인데, 여기서 그만두라니. 부인이 서럽게 울며 말했다. 부인도 못 알아보는 미친 선거판에서 당장 나오라고. 그제야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낯이 많이 익은 중년 부인에게 살갑게 인사하고, 악수하고, 나를 지지해달라고 열심히 부탁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는데…, 아! 그게 내 마누라였구나!

이 이야기는 실화다. 선거 캠페인은 모든 걸 걸고, 전속력으로, 최후의 1초까지, 사력을 다해 진행된다. 캠페인 기간 동안 전략적인 사고나 이성적인 판단을 후보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분 단위로 진행되는 스케줄을 몇 달 동안 버텨내는 것조차 초인적인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후보는 정책적으로 캠페인 이전에 이미 잘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에 강제되어 매우 불합리한 결정(혹은 공약)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텍사스주립대학 정치학과 대런 쇼 교수의 저서 '270을 향한 레이스'는 매우 이론적이면서도 선거 캠프 내부에서 진행되는 내밀한 속살을 보여준다. 쇼 교수 스스로가 선거이론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2000년과 2004년 대통령 선거에 직접 참여한 선거전략가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 대통령 선거는 538명의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뽑는 직접선거이면서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 수의 합계가 270을 확보해야 당선되는 간접선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선거 전략은 중층적이다. 유권자 개개인을 설득하는 메시지 개발과 함께, 주 단위의 판세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주별 득표 전략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대선처럼 직접선거이지만 지역별 블록 보팅(block voting)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개인별 맞춤 메시지와 지역별로 차별화된 메시지의 조화에 대한 함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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