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 실린 권진규의 조소(彫塑)작품 '지원의 얼굴'을 한 번쯤 접해 봤을 것이다. 마치 이탈리아 조각가인 자코모 만추(Giacomo Manzu)의 '추기경'이라는 작품처럼 어깨를 두툼한 외투로 감싼 듯 표현하면서도 목으로부터 이어지는 어깨선을 급격한 사선(斜線)으로 처리해 형태상의 시각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작품. 특히 머플러로 머리를 감싼 것은 영혼의 소리를 들으려는 한 여인의 구도적(求道的) 자세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60년대 중반 작가 권진규(1922~1973)가 홍익대 미술대학에 출강할 당시 '장지원'이라는 제자를 모델로 만든 테라코타 작품이다. 당시 그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물이나 자신의 이미지를 모델로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하나같이 움푹 들어간 눈매하며 높은 콧대, 둥근 머리와 갸름한 얼굴형 등 이상적인 형상의 인물상을 구사한 것이 공통된 특징으로 현대 한국 조각사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영원을 응시한 비극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51세 되던 해인 1973년 5월, '인생은 空, 파멸'이라는 짧은 유서를 남긴 채 10평 남짓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한 많은 생애를 끝냈기 때문이다.
이미애(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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