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 미미어아트 조형물 '천덕꾸러기' 전락
대구시가 9억원을 들여 대구 중구 동성로에 설치한 미디어아트 조형물이 잦은 고장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시는 지난해 7월 도심관광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중구 동성1길 옛 고려양봉원 앞 삼거리에 높이 16m 철 구조물에 27개 정육면체 LED를 부착한 LED큐브와 미디어보드 2개로 구성된 거대한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설치했다.
시는 LED규브는 상하 작동이 가능하고 시간과 계절에 따른 변화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미디어보드는 화면을 터치하면 사진 찍기 등 다양한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잦은 고장으로 무용지물
"국제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창작성이 높은 작품"이라는 대구시의 자랑이 무색할 만큼 미디어아트 조형물은 수차례 고장과 수리를 반복했다.
이달 13, 14일 취재진이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30분 단위로 현장을 찾아 조형물의 작동 여부를 확인한 결과, LED큐빅은 상하로 움직이지 않았고 영상물도 나오지 않았다. 미디어보드 역시 전혀 작동이 되지 않거나, 초기 화면만 나왔다.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조모(23'여) 씨는 "대구 도심의 랜드마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작동이 안 되고 돈만 낭비한 것 아니냐"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처음부터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설치할 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현장 확인도 않은 채 15일 "LED큐빅은 정상 작동되고, 미디어보드만 고장 났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취재진이 15일 오후 대구시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확인한 뒤에야 "며칠 전까지는 정상적으로 작동됐었다. 시공 업체를 불러 수리하겠다"며 "내년 5월까지 AS 기간이어서 충분히 수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16일 수리를 끝내고 정상 작동이 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고장이 반복됐던 터라 또다시 고장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업체와 대구시의 합작품
공모사업으로 진행된 미디어아트 조형물 사업은 서울 업체인 유아트㈜와 지역 업체인 ㈜마인디자인, ㈜성진이엔씨, ㈜영화전기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출한 출품작이 당선됐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9억원 예산으로 현재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시공업체로서는 당초부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초 구상대로 LED큐빅이 상하로 움직이고, 다양한 영상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최소 20억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유아트는 9억원의 예산으로 충분하다고 했고, 결국 시행업체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컨소시엄 업체들에 대한 능력 평가는 뒷전이었다. 시장 조사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채 공모 업체의 말만 믿고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선정을 했고, 대구시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고 유아트 관계자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김영대 대구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은 "대구 도심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생각에 다소 서둘렀던 것이 화를 불렀다"며 "시행업체 관계자를 불러 제대로 수리하고, 콘텐츠 공모전을 통해 현재보다 수준 높은 내용의 영상물을 방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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