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오리온스가 기가막혀"

입력 2011-06-10 10:23:42

체육관 사용료 인하 지원, 손해보며 조례까지 고쳐…연고지 이전 뒤통수 분

"15년 살림을 정리하면서 한마디 언질도 없다니…."

대구 오리온스의 고양시 이전설에 대구시와 대구시농구협회 등 연고지 관련 기관'단체들이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프로구단들이 흥행을 이유로 특정지역을 연고지로 정해 지역의 체육시설 등을 낮은 가격에 임대하거나 빌려 쓰는 등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연고지를 옮기겠다면 지자체로서는 이를 제지할 규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프로농구연맹은 회원(구단)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특정 도시를 본거지(연고지)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구단의 이전에 따른 혼란을 막도록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규약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공식 경기 개시 3개월 전에 서면으로 총재에게 신청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어 연고지 이전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 대구시농구협회 관계자는 "연맹 이사 대부분이 각 구단의 단장들로 구성돼 이전을 추진하려면 이사들을 설득하면 그만이고, 구단들 역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다면 반대할 이유도 없어 연고지 이전을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리온스의 연고지인 대구시는 이번 이전 추진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리온스 측에서 한 차례도 이전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며 "일단 진상을 파악한 뒤 오리온스 측에 강력하게 항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로서는 오리온스의 행태가 괘씸할 수밖에 없다. 주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체육관의 사용료를 조례개정까지 하면서 낮춰주는 등 연고지 구단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쏟았음에도 시와는 논의 없이 이전을 추진해왔기 때문.

시는 1997년 프로원년 관중 입장료의 25%를 받던 체육관 사용료를 2005년 5월 15%로 인하했고, 2009년 11월에는 10%까지 내렸다. 성적부진에 따른 관중 급감과 사용료 인하로 시가 오리온스로부터 받은 체육시설 사용료는 해마다 줄었다. 2008-2009 시즌 4천618만원이던 체육시설 사용료가 2009-2010 시즌 2천827만8천원, 2010-2011 시즌 1천868만2천원으로 감소했다.

이 시기 오리온스는 9-10-10위를 기록, 부진한 성적 탓에 관중이 급감하면서 시로서도 적잖은 피해를 본 것. 시로서는 구단의 사정을 고려해 사용료를 내려주고도 이전 논의가 불거짐에 따라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프로구단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농구발전을 위해 연고팀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왔던 대구시농구협회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시농구협회는 원년부터 최근까지 관중 동원에 앞장서는 등 오리온스 구단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왔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그간 해준 것이라고는 연맹규정에 따라 프로구단이 지역 아마 농구 활성화를 위해 매년 1천만원의 지원금을 내놓은 것뿐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임원 상당수가 학교의 체육교사들이어서 학생들의 농구관람을 유도해왔고, 구단의 요청 시에는 각종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기까지 하는 등 연고팀에 대한 애정을 쏟아왔다"며 "하지만 오리온스는 매년 2월쯤 주던 지원금을 올해는 차일피일 미뤄 오면서 몰래 연고지 이전을 추진, 이마저도 내놓지 않고 지역을 뜰 궁리만 한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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