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최의 세상 내시경] 상아탑과 철밥통

입력 2011-06-09 14:27:55

진리의 상아탑에서 본분에 충실한 많은 교수들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들 교수사회를 일컬어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등록금 인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 비하면 교수들의 연봉이 높다는 느낌은 한번쯤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권의 주요 사립대들이 교수들에게 지급하는 성과연봉제의 차등 폭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는 기사가 잇달아 나오면서 교수사회가 초긴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동안 지방대학들이 도입하는 연봉제는 단지 상여금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연봉제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 대구권 사립대들에서 시도되는 성과연봉제는 형식적 성격이 아닌, 성과 중심의 실질적 연봉제에 가깝다. 최고 최저 등급간 성과급 액수의 격차가 최대 4천여만원까지 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철밥통'으로 인식되어온 교수사회가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본다. 이미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는 무한 경쟁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의 강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당연히 교수사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대학개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카이스트의 경우,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 심사에서 지난 2007년 교수 35명 중 43%인 15명을 탈락시켰다. 4년간 카이스트에서는 140여 명의 교수 중 23%가 탈락한 것이다. 이미 선진국의 대학들은 교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부분 이 테뉴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잘하는 자에게 당근을 주고, 못 하는 자에게 채찍을 주는 인센티브제는 물론 일부 부작용은 있지만, 매우 효율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

성과연봉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대학은 교수들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연구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결국은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이들 대학들에서 성과연봉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낸다면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고 등급 간 격차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교수들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소청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반대는 한마디로 명분이 없다. 이와 같은 반발에 부딪혀 모처럼의 성과연봉제가 용두사미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열심히 연구업적을 내놓는 교수와 그렇지 않은 교수 간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는다면 누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연구에 매진하겠는가.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지방대는 학생 감소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대학의 65.5%, 전체 학생 수의 61.3%에 달하는 지방대의 위기는 사실상 국가의 위기이다. 물론 수도권대에 초점을 두는 정부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허나 무엇보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대학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대구권 대학들의 성과연봉제 확대와 경쟁으로 인한 변화는 지방대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 준다. 대학이 깨어있지 않은 한 국가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당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빠를수록 좋다.

최중근(탑정형외과 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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