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신 사람을 빌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을 읽어보세요."
30일 오후 7시 경북대 사회대 학생회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은 다과와 음료를 앞에 두고 '사람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책'들은 도시 아이들이 시골 학교를 다니며 자연과 어울리는 산촌유학, 시민운동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한 독자가 '사람책'(인권실천시민행동 박종하 사무국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수자를 위한 행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책'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답했다. "동화 작가인 권정생 선생이 생전에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동화형식으로 너무나 쉽게 설명하시는 걸 보고 감명을 받은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종이책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꿋꿋이 자기 길을 가는 이들을 초청, 이야기를 들려주고 생각을 나누자는 취지로 열린 '사람 도서관'(Living Library).
이날 초청된 이들은 인터넷 카페 '아울러'(cafe.daum.net/Smallsteps)에서 행사 참가자 20여 명이 대출한 '책'인 셈이다. 산촌유학 운동에 몸담고 있는 경주 도리마을농촌유학센터 함용재 생활교사, 여성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A씨, 강연기획가 이재근 씨 등 4명이 사람책이 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대출 예약'을 한 독자 20여 명과 테이블을 돌아가며 30여 분씩 두 시간가량 만났다.
박종하 사무국장은 '1급 장애인으로 대구에서 시민운동하기'라는 제목으로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1주일에 3일은 신장 투석을 하고 있지만 소외된 이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냅니다.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난 때문에 힘든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과 용기를 전해주고 싶어요."
함용재 생활교사는 도시 아이들의 시골 생활 적응기를 들려줬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됐습니다.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져 내가 오히려 많은 걸 얻고 가는 셈이 됐네요."
이들 외에도 강연기획가 이재근 씨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담에 비춰 담담하게 풀어낸 A씨가 독자들과 교감을 나눴다. 독자로 참여한 직장인 김보미(31'여) 씨는 "책을 읽는 것보다 현실감 있고 더 도움이 됐다.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현성아(20'여'경북대 생태환경관광학부) 씨는 "사회 문제에 문외한이었는데 다양한 방식의 삶을 접하며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다"고 반겼다.
이 행사를 기획한 박성익(27'경북대 임학과 4년) 씨는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책을 읽고 우리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장을 자주 갖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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