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행 설파 나선 보현사 지우 스님
지난 3월, 40대의 젊은 혈기를 지닌 지우 스님이 보현사(대구 중구 남산 2동) 주지로 임명됐다. 그로부터 2개월여가 흐른 지금, 보현사 풍경이 확 달라졌다. 신도들이 부처상을 앞에 두고 염불 수행을 하고는 곧바로 명상 수행에 들어가는 것. 도심 속 사찰인 보현사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지우 스님은 국내외 각종 선원을 두루 다닌 경험을 살려 신도들에게 명상의 이로움을 설파하고 있다. 지우 스님은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이 곧 명상'이라는 지론을 가진 것. 이 때문에 오는 신도들에게 명상부터 하도록 권유했고 지금은 낮에 기도하러 오는 신도들은 모두 명상을 하고 간다. 지우 스님이 오기 전에는 유명무실했던 보현사 내 선원은 이제 승복을 입고 평좌를 하는 신도들로 가득 찬다. 지우 스님은 더 나아가 2층에 별도의 명상실까지 마련했다.
"명상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치료입니다. 하나의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인 셈이죠." 지우 스님은 인터뷰하는 기자에게도 명상을 권했다. "평좌를 하고 자연스럽게 양손을 무릎에 놓아요. 허리를 가장 편한 자세로 펴고 눈을 감아요. 잡다한 생각이 일어나면 그대로 일어나도록 놔두고 그것을 그냥 주시해요. 이를 '사티'(Sati)라고 하지요. 몸이나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은 무엇이든 사티하세요."
지우 스님은 사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상을 하면 감정이 떠오르는데 그걸 가만히 주시하면 자연스레 감정이 가라앉는다는 것. 즐거움이나 분노, 우울증, 슬픔 등 모든 감정이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티를 통해 마음의 작용이 변해가는 것을 알아가죠. 그러면 마음에 끌려가지 않고 통제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화를 안 내도 되는구나'라고 깨달으면 화를 안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죠. 점차 화를 안 내고 짜증을 덜 내게 되죠."
또한 사티를 통해 모든 감정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원인을 뿌리뽑으려는 노력이 일어난다. 자신의 마음 속 나쁜 감정의 원인인 탐욕과 화, 어리석음, 자만심, 잘못된 견해 등을 없애고 지혜로운 마음으로 바꾸는 노력이 곧 불교의 가르침이자 명상의 목적이라는 것. 평좌를 하고 명상을 하다 보면 통증이 나타난다. 지우 스님은 이도 그대로 놔두면 된다고 했다. "3시간 정도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려오고 허리에 통증이 오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놓아두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것을 느껴요. 통증이 사라질 때 인내의 기쁨을 느끼면서 통증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죠. 통증에 대한 지혜가 생기는 것이죠." 지우 스님은 병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평소에 통증에 대해 훈련해놓으면 병에 대해서도 두려움 없이 직관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우 스님의 명상 설파는 신도들에게 무척 호응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사찰에서 기도만 했는데 명상까지 하니까 좋아한다는 것. 또 평소 명상을 배우고 싶어했던 신도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고 한다. 매일 보현사를 찾아 3개월 정도 명상을 했다는 김명숙(47'여'대구 중구 동인동) 씨는 "교통사고를 두 차례 당해 온몸이 안 좋아 약에 의지하고 살았는데 하루 2시간 이상 명상을 하고부터는 약을 끊을 수 있게끔 마음의 안정과 의지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우 스님은 명상을 희망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가르치고 싶어했다. 인연이 되면 그곳이 교회든, 성당이든, 학교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겠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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