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문학, 그 삶의 길 위에서

입력 2011-05-30 07:54:56

'문학은 죽었다', 언제부턴가 독자와 작가 사이에 문학의 위기에 대한 담론이 시작됐다. 인간의 가치의 척도가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의해 규정 되고 그에 따른 정신적인 빈곤을 문학에서 해결하기엔 그 효용성이 너무 미미한데다가 시대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이다.

문학서적보다는 투자방법 가이드북이나, 연예인들의 포장되어진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간혹 순수 문학 소설이 잘 팔린다고 해도 특정 프리미엄을 안고 있어야 가능한 게 현실이다. 예술이 밥이 될 수 없는 시절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서 수많은 문학인을 배출하고 있지만 빈곤의 대명사로 남아 있는 것도 어쩌면 예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색(死色)이 되어가던 문학예술이 끈질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진실하고 절실한 삶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이 언어로 표현될 때 새로운 에너지와 함께 그 작가적 정신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한 생애 또는 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현실의 명암과 삶의 질곡으로부터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작가 개인의 아픔이나 고통이 작품 속에 녹아들고, 독자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소설가 최인호의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1970년대를 상징하는 공간적 은유'라 불리던 그의 작품 "타인의 방"은 우리 또래의 문학소녀 시절을 열광하게 했던 책이 아니던가. 40년이 지난 지금 작가는 깊고 넓어진 사유를 통하여 나조차 낯선 존재가 되는 공포 속에서 한 인간의 정체성 찾기 위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부수고 신과 죄악, 그리고 윤리 문제를 그려내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4년째나 침샘암으로 투병을 하면서 항암치료를 받느라 손톱과 발톱이 빠져가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의 삶에 대한 의지를 나는 신뢰하며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2011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중국인이면서 프랑스로 귀화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오싱젠은, 한 작가의 글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울림, 말하지 않거나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깊은 마음 속 내면의 요구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의 빈곤을 채워주는 것은 오로지 문학이다'라고 했다. 문학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서도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신의 세계를 죽음에 이르지 않고도 만질 수 있게 한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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