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능력평가시험 내년부터 시범활용…2016학년부터 수능 대체 검토
교육과학기술부는 26일 서울고에서 열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방향' 공개토론회를 통해 "2016학년도 수능 때까지 3차례 시범평가를 더 실시하겠지만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일부 대학과 학과에 시범활용케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교육계는 사실상 2016학년도 수능 때부터 이 시험으로 수능 영어시험을 대신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과부 측은 "학생들의 시험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시모집에서 이 시험을 활용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사전에 지원을 받고 명단을 미리 공개해 꼭 필요한 수험생만 응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시험 난이도가 높지 않아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생의 입시 부담이 늘 뿐 아니라 사교육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적잖다. 학생, 학부모들은 당분간 두 가지 영어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술렁이고 있다. 수시모집에 응시한 뒤 수능도 보는 학생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수시모집 때 이 시험을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해도 정시모집에 대비, 수능 영어시험 준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2015년에 치르는 2016학년도 수능부터 수능 영어시험이 이 시험으로 대체되더라도 2012~2014년까지 3년 동안은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게 된다.
수성구 한 고교 2년생 김모 군은 "한 가지 시험을 준비하기도 벅찬 마당에 챙겨야 할 것만 늘었다"며 "정작 시험을 치러야 할 고교생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 1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46'여) 씨는 "30, 40명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영어 말하기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는 건 넌센스"라며 "결국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라고 유도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교과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어차피 상위권 대학은 이 시험 4개 영역 모두 A등급을 요구할 것이 뻔해 말하기, 쓰기 사교육 상품 수요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데다 교과부 방침대로 이 시험 출제와 채점에 영어 교사들이 참여시킨다면 교사 부담도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사교육계는 이번 발표를 호재로 보고 있다. 이미 2월 대구 한 호텔에서 이 시험 설명회를 여는 입시학원이 있었을 정도로 한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 이날 발표로 새 시장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 것.
학원가는 관련 과목을 속속 개설해 홍보에 나설 태세다. 수성구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외국 생활이나 조기 유학을 경험해 영어 말하기와 듣기에 익숙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사교육 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영어교육 담당 박재흥 장학관은 "교육 과정의 큰 틀을 바꾸겠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시행 착오를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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