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애호가들에게 2010년은 의미있는 해였다. 모던 재즈의 산실로 불리는 레코드 레이블 '블루노트'가 70주년 기념 앨범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3장의 CD로 구성된 박스 세트에는 블루노트의 시작을 알린 '알버트 애몬스'부터 '노라 존스'에 이르기까지 재즈사의 걸작들을 망라하고 있다.
재즈 특유의 음계 이름이기도 한 블루노트는 1939년, 유태계 독일인 알프레드 라이언(Alfred Lion)에 의해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다. 10대 시절 독일에서 열린 재즈 공연을 보고 열광한 그는 미국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즈 음반을 모으면서 재즈의 본고장을 동경했다. 그러던 차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의 억압을 피해 뉴욕에 정착하게 된다.
최초의 레코딩은 당대를 대표하던 부기우기 피아니스트 '알버트 애몬스'와 '미드 룩스 루이스'의 앨범이었다. 평소 흠모하던 두 사람의 연주를 녹음하면서 알프레드 라이언은 이후 블루노트 레이블을 규정짓는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세우게 된다.
첫 번째는 가장 좋은 비닐을 사용해서 앨범을 만든다는 원칙이었다. 당시는 비닐레코드의 시대였는데 수익에만 몰두한 음반사들이 싸구려 비닐을 사용해서 조악한 수준의 앨범을 만드는 일이 흔했다. 이런 음반들은 당연히 수명도 짧았는데 재즈라는 음악이 영원하길 바랐던 알프레드 라이언이 고급 재질을 사용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 다른 원칙은 음악인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했다는 점이다. 앨범을 레코딩할 때 각자의 취향을 세심하게 배려했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리허설 때에도 연주비를 지급했다. 결국 이런 원칙은 음악인들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표되는 작품은 음악인과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켰다.
모던 재즈의 시대가 열리면서 블루노트는 한 차례 도약을 하게 된다. 대중지향적인 음악을 싫어했던 모던 재즈 음악인들이 블루노트에서 녹음하길 즐겼기 때문이다. 또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전장에서의 선무용 음반 수요가 늘면서 사업도 호황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블루노트도 로큰롤의 시대를 맞으면서 쇠퇴한다. 비단 블루노트뿐만 아니라 재즈계 전반이 인기를 잃어가던 때였다. 결국 경영난에 시달리던 블루노트는 1965년, 리버티 레코드에 매각되고 알프레드 라이언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블루노트에서 발매된 앨범은 현재까지 재즈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한 청년의 열정에서 출발해 20세기 음악의 역사를 변화시킨 블루노트는 단순한 음반사 이상의 가치로 존경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음반사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곳이라는 단순한 진리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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